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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위해 섭취량과 칼로리를 줄였음에도 체중이 잘 빠지지 않거나, 감량 후 곧바로 요요를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자신의 의지나 노력 부족으로 여기며 더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신체의 '대사 유연성' 저하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본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한 감량을 반복하면 오히려 대사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분비대사내과 이시훈 교수(가천대 길병원)는 "체중 변화는 단순히 섭취한 칼로리의 문제가 아니라, 열량을 우리 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는지, 즉 대사 유연성의 문제에 달려있다"고 설명한다.
대사 유연성이란… "포도당과 지방 사이의 에너지 전환 능력"
대사 유연성은 몸이 처한 상황에 따라 탄수화물(포도당)과 지방이라는 두 가지 에너지원 중 무엇을 우선 사용할지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지금 필요한 에너지에 맞춰 연료를 바꿔 쓰는 신체의 조절 능력'이다.
정상적인 대사 상태에서는 이러한 조절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식사 후 혈당이 오르면 포도당을 먼저 에너지로 사용하고, 남은 포도당은 간이나 혈액에 저장한다. 반대로 공복이나 운동 시에는 인슐린 수치가 떨어지면서 저장된 지방이 주요 연료로 전환된다. 상황 변화에 맞춰 에너지원이 적절히 바뀌는 것이 바로 대사 유연성이 높은 상태다.
그러나 대사 유연성이 떨어지면 이 전환 과정이 매끄럽게 작동하지 않는다. 포도당과 지방 중 어떤 연료를 언제 사용할지 몸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에너지 활용 효율이 떨어지고, 체지방도 쉽게 쌓이게 된다.
이시훈 교수는 "에너지의 저장과 사용이 자연스럽게 전환될수록 대사 유연성이 좋은 상태"라며 "이는 혈당 변화와 인슐린 분비에 대해 몸이 얼마나 적절하고 경제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대사 유연성 저하되면... 살 안 빠지고 요요 반복
이처럼 에너지원 전환 능력이 떨어지면 체지방이 쉽게 쌓이고 활용은 어려워지는데, 이는 다이어트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 시 섭취량이나 칼로리 계산에 집중하지만, 체중 감량의 핵심은 섭취량의 많고 적음 보다는 들어온 열량을 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사 유연성이 높은 경우 에너지 부족분을 자연스럽게 지방 연소로 이어가 감량이 가능하지만, 대사 유연성이 낮다면 체내 지방을 연료로 활용하지 못해 체중 변화가 더디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시훈 교수는 "대사 유연성이 이미 떨어진 상태에서는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해도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되기 쉬워, 체중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느끼기 쉽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요요 현상 역시 대사 유연성 저하와 깊게 관련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 식이 제한만으로 체중을 줄이면, 몸은 여전히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때 평소 식단으로 돌아가면 지방 축적이 빠르게 일어나 이전보다 체중이 더 쉽게 증가하는 체질로 이어질 수 있다.
'혈당 스파이크'와 '인슐린 저항성'… 대사 유연성을 무너뜨리는 주요인
체중 감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대사유연성'이라면, 이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식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혈당 스파이크'다.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다시 빠르게 떨어지는 과정에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는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체내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지며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 결국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에너지로 사용하지 못하고 지방으로 전환해 저장하게 되고, 피로감과 공복감을 유발해 대사 유연성을 더욱 약화시킨다.
혈당 스파이크와 인슐린 저항성을 부추기는 일상 속 습관도 적지 않다. 정제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 당이 많은 음료 섭취, 식사 후 곧바로 눕거나 움직이지 않는 습관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불규칙한 식사 시간, 야식이나 폭식이 더해지면 췌장은 지속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해야 하는 상태로 내몰린다. 이렇게 몸이 쉬지 않고 '인슐린 과분비 모드'로 유지되면 지방을 태울 기회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시훈 교수는 "인슐린 민감성과 저항성은 대사 유연성의 핵심 요소"라며 "인슐린이 잘 작동하는 상태에서는 적은 양으로도 혈당 조절이 가능하고, 포도당과 지방 사이의 에너지원 전환도 원활하다. 그러나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과도한 인슐린 분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으로 대사 유연성 회복하기"
대사 유연성이 체중 감량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 이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상태는 어떤 모습일까. 이시훈 교수는 "대사 유연성이 우수한 상태를 단순히 특정 수치로 규정하기보다, 외부 자극에도 신체가 균형을 잃지 않는 전반적인 대사 안정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공복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내장지방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그 특징이다. 또한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 변화에도 대사 리듬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즉, 다양한 상황에서도 몸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환해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대사 시스템'을 갖춘 상태다.
이러한 대사 유연성은 타고난 유전적 요인보다 생활습관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 교수는 "유전은 출발선일 뿐이며, 이후 대사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일상 속 관리"라고 강조한다.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 잦은 간식과 야식을 피하고 일정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식사 패턴은 인슐린 민감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운동 역시 필수적이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 연소를 촉진하고, 근력 운동은 근육량을 증가시켜 혈당을 저장·사용하는 능력을 높여준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을 증가시켜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므로,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스트레스 조절도 대사 유연성 회복에 중요한 요소다.
결국 체중 감량의 목표는 단순히 섭취량을 줄이고 체중계 숫자를 낮추는 데 있지 않다. 몸이 에너지를 선택하고 전환하는 능력인 '대사 유연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요요 예방의 핵심이다. 이시훈 교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보다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대사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체중 감량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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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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