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그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사전이다. 공자가 살아간 시대와 주요 인물, 그리고 공자의 일생과 사상이 명쾌하게 정리됐다. ‘공자가 어머니를 장사지내다’로 시작하는 공자 삶을 다룬 사건 대목은 그의 죽음을 이렇게 서술한다.
그해 봄날, 공자가 병이 들자 자공이 공자를 뵈러 왔다. 지팡이를 짚고 집 앞을 산책하던 공자는 자공을 보고는 왜 이리 늦게 왔느냐고 한탄하고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태산이 무너질 것이다! 들보와 기둥이 부러질 것이다! 철인이 사라질 것이다!” 노래를 마치자 공자는 눈물을 흘리며 자공에게 말했다. “천하의 정치가 바른길에서 벗어난 지 너무 오래되었고, 세상 사람들은 내가 펼치려는 개혁의 이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7일 후 공자가 세상을 떠났다.
푸페이룽/진성수·고영희 옮김/글항아리/4만2000원 |
해설서나 입문서를 넘어, 공자 사상의 어휘와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전’ 형식을 취함으로써 공자의 사유가 어떤 맥락과 구조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한눈에 파악하게 한다. 한 사상가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복원한 이 책의 핵심은 방대한 ‘철학 사상’ 항목.
가령 ‘언(言)’에 대해선 거의 두 쪽에 걸쳐 그 뜻을 설명하는데 첫째는 ‘언어’로서 개인의 관점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듣기에는 좋지만 진심이 담겨 있지 않거나 도의에 어긋난 말은 ‘언’이라 할 수 없다. ‘언’의 두 번째 의미는 정령(政令)이다. 공자는 국정을 운영할 때 정당한 명분이 서야 정령이 순조롭게 되며, 군자의 명령은 반드시 실행되도록 애써야 한다고 했다. ‘언’의 세 번째 의미는 격언(格言)이다. 공자는 시세에 따라 능력을 가늠하여 발언할 줄 알았다. 고향에서는 온화하고 공손하며 능력을 과시하지 않아 어눌한 사람 같았다. 종묘나 조정에서는 말이 명확하고 유창했으며 상대의 신분에 따라 말하는 태도를 조율했다.
특히 저자는 공자 사상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편인데 ‘학이시습지’를 ‘때때로’가 아닌 ‘때에 맞게’로 해석하는 대목이나, ‘빈이락도’, ‘육십이순’, ‘회사후소’에 대한 재해석은 ‘논어’가 해석이 고정된 정전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읽혀야 할 텍스트임을 일깨운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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