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가방 ‘핵 가방’ 아십니까[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핵가방 명칭 ‘뉴클리어 풋볼’

    러시아 핵가방 이름은 ‘체게트’

    무게 20㎏ 서류가방으로 제작

    암호카드·核 발사 장치로 구성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은 취임식에 반드시 전임자에게 넘겨 받는 것이 있다. 군(軍)최고통수권자로서 군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전략 핵무기 통제권을 물려받는다. 핵무기 통제 장치가 담긴 일명 ‘핵가방’이다.

    미국은 취임선서 후 대통령 권한을 위임 받는 동시에 핵가방에 대한 작동절차에 관한 브리핑을 받는다. 러시아는 취임식이 끝난 뒤 크렘린내 비밀 장소로 이동해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핵가방을 넘겨 받는 방식이다.

    핵가방은 엄청난 위험성 때문에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95년 1월 25일 노르웨이와 미국 과학자들이 북극해 오로라 연구 장치를 탑재한 로켓을 발사를 했다. 과학자들은 30여개국에 이 사실을 알렸는데 러시아군 레이더부대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문제는 미 해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속도와 흡사한데다 탄도 궤적과 항로가 모스크바를 겨냥하는 것으로 추적됐다.

    이에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핵가방을 열어 모든 사령부에 핵 발사 명령을 지시달했다. 사상 처음으로 핵보유국이 핵가방을 활성화한 유일한 사건이다. 로켓은 러시아 영공으로 진입하지 않아 24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자칫 러시아가 미국 본토를 핵공격하며 3차 대전이 시작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 남긴 핵가방 일화도 유명하다. 통상 핵가방은 대통령 이취임식 때 전달되는 군 통수권의 이양의 상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없이 후임자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핵가방을 지닌 채 플로리다로 떠났다. 이 핵가방은 무력화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의 핵가방을 받았다.

    핵가방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때 세계 최초로 등장했지만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존 F. 케네디 대통령 재임 시절에 구체적인 사용법이 만들어졌다.

    미국의 핵가방은 ‘뉴클리어 풋볼’(Nuclear football) 또는 풋볼로 부른다. 무게 20㎏의 서류가방으로 미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 이동할 때 미 백악관 군사보좌관에 손에 들려 함께 따라다닌다. 미국에 적대적인 핵무기 보유국가의 핵 공격이나 선제타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언제나 대통령 곁에 있다. 핵가방에 핵 발사 버튼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핵가방안에는 블랙북(Black Book)으로 알려진 핵 공격 옵션 책자 및 대통령 진위 식별카드 그리고 안전벙커 리스트 및 행동지침 등이 담겨 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핵가방에는 핵 공격명령을 전파할 수 있는 소형 통신장치도 달려있다. 미 대통령은 비스킷(Biscuit)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보안카드도 받는데 여기에는 핵 공격 명령을 인증하는 코드가 적혀 있다.

    미 대통령의 핵가방이 가동되면 미 국방부 지휘센터와 레이븐 락(Raven Rock)지휘시설, E-4 나이트워치는 핵 공격명령을 접수한다. 이후 이들 시설에서는 핵무기를 운용하는 부대에게 핵무기 발사명령인 EAM(Emergency Action Message) 즉 긴급행동지령을 발신한다.

    긴급행동지령을 수신했다고 해서 바로 핵무기가 발사되지는 않는다. 핵무기 발사과정에서도 2인 원칙과 같은 안전절차가 다시 한번 작동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미니트맨의 경우 발사되는 과정은 2명의 미사일리어(Missileer) 즉 운용요원이 지침서에 따라 발사암호를 입력하고 절차를 진행한다. 매 과정마다 복명복창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발사버튼도 2명이 동시에 눌러야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되게 설계됐다.

    러시아의 핵가방은 미국보다 20년 늦은 1983년 유리 안드로포프 공산당 서기장 때 처음 등장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폭 10㎝, 무게 수㎏의 러시아 핵가방은 미국산 ‘샘소나이트’ 제품으로 알려졌다. 핵 가방은 모두 세 개가 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하나씩 갖고 있고 비상용으로 총참모부에 한 개를 보관한다. 대통령은 국방장관, 총참모장이 모두 동의해야 핵 발사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핵가방에는 비상연락용 통신 장비와 핵무기 발사 명령 암호를 입력하는 특수장치 등이 들어 있다. 러시아어로 ‘오페라토르’(operator)라고 불리는 2명의 특수요원이 핵가방을 들고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한다. 초대 러시아 대통령 옐친은 1996년 심장수술을 받는 몇 시간 동안 핵가방을 총리에게 넘겨줬다가 마취에서 깨자마자 곧바로 되찾은 경우도 유명한 일화다.

    러시아는 핵전력 지휘망의 핵심으로 알려진 초비밀 조직 ‘서비스 K’(특수전략통신서비스)가 있다. 서비스 K 소속 장교들은 대통령·국방장관·참모총장 등 러시아 핵지휘 3인 체계의 핵심 인사들을 상시 수행한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체게트’(일명, 핵가방)이라 불리는 핵전력 지휘 단말기를 통해 명령을 전달할 수 있도록 직접 통신 체계와 운용을 맡는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