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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1 (일)

    "내 목 조르던 팀장이 승진했다"···공무원 폭로에 속초시 사무관 직위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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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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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속초시가 사무관(5급) 승진 대상자를 발표한 직후 대상자 중 한 명이 과거 성 비위 의혹에 휩싸이면서 직위 해제됐다.

    20일 속초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1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사무관 승진 대상자 5명을 심의·의결했으나 이 중 A씨를 직위 해제 조치했다. 이번 조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속초시지부 자유게시판에 A씨의 과거 성 비위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게시되면서 이뤄졌다.

    게시글 작성자 B씨는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히며 2012년 발생한 A씨의 성 비위 의혹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B씨는 "2012년 4월 어느 날 저녁 8∼9시쯤인가, 지금은 속초시 팀장인 A씨가 전화로 '술 한잔한 상태고 커피 한잔하려는데 와 줄 수 있냐?'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동기 모임의 오빠이기도 하고 평소 친하게 지냈던 터라 별생각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며 "당시 A씨 상태는 만취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고, 평소와 같이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B씨는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A씨가 돌변하더니 포옹과 입맞춤을 시도하려고 했다”며 “이제 막 결혼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안된 상태였던데다 B팀장과 아무런 이성적 관계가 없었고,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B씨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건물 2층에서부터 1층까지 A씨를 끌어냈고, 뜻대로 되지 않자 A씨가 B씨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숨이 쉬어지지 않고 이러다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순간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 A씨의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정신 차리라고 미친거 아니냐고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며 건물 밖으로 도망쳤고 그게 벌써 13년 전”이라고 회상했다.

    사건 이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B씨는 "오히려 저에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돌아올까 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고향으로 전출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공무원 탁구대회에서 A씨와 다시 마주쳤을 때 그 일이 생각나 너무 불안했다"며 "성범죄자가 사무관이 되다니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은 하루 만에 조회 수 900회를 넘기며 빠르게 확산됐고, 댓글을 통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시가 관련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속초시는 전날 A씨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직위 해제 조치를 내렸다. 또한 오는 22일 예정에 없던 전보 인사를 단행해 조직 정비와 공직 기강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개인 간 발생한 사건으로 공식 징계 기록 등이 남아 있지 않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다뤄지지 않았다"며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인사상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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