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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금강산, 다시 갈 수 있을까?…피격 사건 없었더라면[남북은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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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사과하고 '공동 조사' 이뤄졌다면…관광 중단 없었을까

    다시 북한 관광 구상하는 정부…北 호응 여부는 미지수

    [편집자주] "역사에 가정은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북핵 위기와 이념 갈등, 대화와 반목을 반복한 남북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때 이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남북이 놓친 '극적인 순간'으로 돌아가,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되돌릴 지혜를 탐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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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2월 23일 일반인 대상 금강산 육로관광이 첫 실시되던 때의 '금강산 육로 관광버스'.(출처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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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1998년 11월 18일, 유람선 '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에서 출항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북한 관광은, 남북이 새로운 시대로 들어간다는 상징적 장면이었고, 이후 남북 간 화해의 국면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2003년에는 금강산 육로관광도 시작됐고, 2008년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누적 195만 5951명이 금강산을 다녀갈 정도로 호황이었다.

    2008년 7월 11일 새벽 금강산관광지구 해안가에서 총성이 들렸다.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는 남북관계의 큰 변곡점이 됐다. 남북관계는 화해 무드에서 다시 긴 '냉각기'로 접어들었다.

    서로 다른 '시간표'…北은 '南 탓'하며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 못 해

    북한은 사고 이튿날인 7월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사고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으며, 남측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라고 주장했다.

    7월 16일 북측은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에게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박 씨가 피격된 시각은 '7월 11일 오전 4시 55분~5시'였다. 12일 담화에선 4시 50분으로 밝혔던 시간이 달라진 것이다. 또 군사통제구역의 기점인 '펜스'로부터 800m 떨어진 지점에서 처음 박 씨를 식별했고, 박 씨가 500m가량 도주한 시점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즉, 펜스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이 박 씨의 피격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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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관광지구의 '외금강 호텔'. (통일부 제공) 2019.10.29/뉴스1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북한과 달랐다. CCTV 분석 결과 7월 11일 4시 18분쯤 숙소인 금강산 패밀리 비치 호텔의 객실을 출발한 박 씨의 피격 지점은 펜스에서 200m 떨어진 지점이며, 목격자 진술 및 관련 사진 분석 결과 피격 시간을 오전 5시 16분까지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피격 지점도, 사망 시간도 차이가 있으니 남북 공동 조사를 통해 확실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정부 측의 입장이었다.

    김호년 당시 통일부 대변인은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이른 시일 안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북측도 적극 협조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북측에 두 차례에 걸쳐 전통문을 보내 유감을 표명하고 정부진상조사단 파견 등 진상 규명 협조를 촉구했으나 북측은 아예 수신을 거부했다.

    한 달 뒤 예정됐던 베이징올림픽 '남북 공동입장'도 무산

    사건 당일엔 제18대 국회 개원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씨의 소식을 듣고 대북 메시지의 조율을 고민했으나,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언급하며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하자는 '초안'을 유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정부의 진상 규명 의지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요청했던 같은 해 8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남북 공동입장'도 무산됐고, 개성관광도 관광객이 급감하다 그해 말 전면 중단됐다.

    이후 2019년 10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갑자기 금강산관광지구를 찾아 '너절한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했다. 김 총비서는 남측의 관계 당국과 협의하라고 했으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남북 간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은 지난 2022년부터 해금강호텔을 시작으로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시작했다.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금강산지구 내 대부분의 남측 시설은 모두 철거된 것으로 파악된다. 금강산문화회관, 온정각 동관·서관, 구룡빌리지 등을 순차적으로 철거한 북한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정부가 건설한 이산가족면회소마저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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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아산이 소유·운영했던 금강빌리지는 1998년 개관했다. 숙소(컨테이너) 159동, 세탁소, 편의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통일부 제공) 2019.10.29/뉴스1


    신변 안전·공동 조사 의무 규정…관광 재개 꿈꾸는 정부가 새겨야 할 교훈

    만약 피격 사건이 발생하기 전 남북이 공동으로 관광객의 신변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또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북한이 공동 조사를 허용해 제대로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는 어땠을까.

    통일부는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2026년도 업무보고를 하면서 내년부터 '호혜적·다자적·획기적' 협력을 통해 남북 교류협력을 재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 중 '창의적인 접근 방안'으로 '국제 원산갈마평화관광'을 3단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해 대대적으로 문을 연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새로운 관광지로 삼아, 1단계로 재외동포들이 중국 등의 여행사를 통해 북한 관광을 가는 '개별관광'을 추진하고, 2단계로 중국 관광객이 남북을 오가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환승 관광'을 실시한 후, 3단계로 우리 국민의 관광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갈마지구를 개장한 북한은 내년에는 전국 각지에 새로운 관광지를 꾸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여전히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 중 하나였던 관광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김씨 일가의 '혁명 성지'인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도 관광지로 꾸리고 있다.

    남북 모두 관광에 관심이 많으니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 우리 국민의 북한 관광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의 이해관계에만 집중하지 말고, 우리 국민의 안전 문제 등이 확실하게 보장된 '제대로 된 관광'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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