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노엠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항에 정박했던 유조선을 미 해안경비대가 나포하는 장면이라고 밝히며 X(엑스)에 공개한 영상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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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또 다른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번에는 제재 대상이 아닌 파나마 선박 소속의 중국계 소유 선박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SNS(소셜미디어) X(엑스)에 "오늘 동트기 전 이른 아침 미 해안경비대는 전쟁부(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에 마지막으로 정박했던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며 "새벽의 작전"이었다고 밝혔다. 놈 장관은 '센추리스' 라는 배 이름이 쓰여진 유조선 갑판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들고, 미군이 로프를 타고 배에 올라타는 영상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포된 선박은 파나마 선적의 센추리스이고, 중국 기반 석유무역업체 센추리스 해운 소유다. 이 업체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중국 정유 시설로 운송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X에 억류 선박이 "베네수엘라의 '그림자 선단'으로 활동하면서 석유를 밀수하고 마두로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운항하던 선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재무부가 공개한 제재 유조선 목록에 이 선박의 이름은 없다.
크리스티 노엠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항에 정박했던 유조선을 미 해안경비대가 나포하는 장면이라고 밝히며 X(엑스)에 공개한 영상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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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모니터링 업체인 탱커트래커스닷컴과 클블러 등 데이터에 따르면 센추리스호는 지난 7~11일까지 베네수엘라의 주요 석유 수출 시설인 호세 터미널에서 원유 180만~200만 배럴을 선적했다. NYT의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이 배는 베네수엘라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떠날 때까지 베네수엘라 해군 함정의 호위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 정부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해안경비대가 센추리스호가 실제 파나마에 등록된 선박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승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선박에 게양된 국기와 배의 실제 국적이 다르다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으면, 타국 해안경비대가 해당 선박에 승선해 국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작전은 지난 10일 미 정부가 제재 대상 유조선인 '스키퍼호'를 나포한 지 열흘 만에 이뤄졌다. 이 배는 러시아 석유 재벌이 소유한 유조선으로 이란산 원유를 불법 운반해 2022년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이 선박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가 있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생명줄을 겨냥해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선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단체(FTO)'로 지정하고 "베네수엘라를 드나드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봉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티 노엠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항에 정박했던 유조선을 미 해안경비대가 나포하는 장면이라고 밝히며 X(엑스)에 공개한 영상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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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날 마두로 대통령 일가에도 무더기 제재를 걸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PDVSA) 부패 연루 혐의로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조카 카를로스 에릭 말피카 플로레스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또 말피카 플로레스의 부모, 아내, 자매, 딸 등도 제재 목록에 올렸다. 마두로 정권을 도운 파나마 사업가 라몬 카레테로 나폴리타노와 그의 직계 가족 2명도 같은 이유로 제재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마두로의 불량 마약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을 제재했다"며 "베네수엘라가 우리나라로 치명적인 마약을 유입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군의 유조선 나포가 "해적 행위"라며 반발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운송하는 민간 선박에 대한 절도, 납치를 단호히 규탄하고 거부한다"며 이번 미국의 조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다자기구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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