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
성탄절 기간에만 열리는 임시 장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단연 독일이다. 나라 곳곳의 2500여 장소에서 크고 작은 마켓이 성탄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그 가운데 뉘른베르크는 17세기에도 성행한 유서 깊고 가장 큰 규모의 마켓으로 유명하다.
특이한 벽돌 고딕 건물인 성모교회 앞, 중앙시장 광장에 알록달록 단장한 200여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대림절부터 성탄절까지 4주간 ‘나무와 천으로 만든 작은 마을’에 각지에서 온 200만 방문객들이 북적인다. 특산 생강빵인 레브쿠헨에 소시지인 브라트부르스트를 곁들여 먹으며 갖가지 장식과 멋진 공예품에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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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는 성인 축일 중심의 가톨릭 축제에 대응해 예수 탄생을 개신교의 축제로 진흥시켰다. 뉘른베르크는 어린이 전도를 위해 성탄 선물을 나누어 주었고, 어린이는 이 도시 성탄 축제의 중심이 되었다. 축제의 주제도 ‘어릴 적이 있었던 여러분, 오늘 다시 어린이가 되어 보세요’다. 선물을 나눠주는 어린 예수, 크리스트킨들이 축제와 마켓의 상징이다. 왕관을 쓰고 황금 날개를 단 어린 천사의 모습으로 디자인해 도시 곳곳을 장식한다. 16~19세의 금발 곱슬머리 소녀 중에 실제 황금 천사를 선발해 홍보대사 역할을 담당한다. 이 역시도 산타클로스 모델인 가톨릭의 성 니콜라스에 대응해 개신교의 캐릭터로 창조한 것이다.
인근 한스-자흐스 광장에 어린이 마을을 열어 다양한 선물과 놀이기구들을 제공한다. 또한 시청 광장엔 세계의 자매 도시 마켓도 동시에 열린다. 프라하·니스·안탈리아 등 50여 외국 도시에서 참여해 국제적인 축제로 확대했다. 마켓이 열리는 3개의 광장을 지나면 중세 공예품을 제작 판매하는 장인의 광장으로 연결된다. 이들을 중세 성곽이 에워싸고 산 위에는 고성이 자리해 그럴싸한 축제의 배경을 이룬다. 루터에게 크리스마스는 선교와 자선의 절기였지만, 이제는 연대와 나눔의 축제가 되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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