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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입시 뒤 사라진 봉사활동, 존재 의미 되살려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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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영철 | 부산외대 글로벌미래융합학부 교수



    통계와 연구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학생들의 봉사활동 참여가 급격히 줄고 있다. 대입에 반영될 때는 경쟁적으로 시간을 채우다가 반영이 폐지되자 참여 자체가 눈에 띄게 감소한 현실은 봉사가 본래 교육적 의미보다는 ‘입시 전략’으로 활용되어 왔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봉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부와 독서 역시 대학 합격과 동시에 단절되며, 평생학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된다. 교육의 핵심은 학생이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경험하며 성찰하는 과정에 있지만, 입시라는 단일 관문 앞에서 공부, 독서, 봉사 모두가 끊기고 있다. 경쟁 점수와 연동되지 않는다면 그 존재 의미가 사라져야 하는가.



    봉사활동은 더 이상 점수와 실적의 잣대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거치는 ‘기본 교육 경험’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패스’로 처리하는 식으로 단순화시켜 경쟁을 최소화하면서도 경험의 진정성을 살려야 한다. 점수가 아니라 경험과 성찰이 중심이 되면, 학생들은 봉사를 단순히 ‘채워야 하는 목록’이 아닌 삶 속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재설계의 핵심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충분히 체화하고, 고등학교에서도 최소한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초·중학교 단계에서는 지역사회 참여, 돌봄, 환경 활동 등 폭넓은 경험을 제공하고, 고등학교에서는 대입 부담을 고려해 연 1~2회의 기본 참여만 의무화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대입 준비 때문에 봉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교육 과정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기록 방식 또한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시간 누적이나 형식적 인증이 아니라 짧은 성찰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전환하면 활동의 질이 높아지고, ‘보이기 위한 봉사’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학교는 점수 평가자가 아니라 경험을 안내하는 촉진자로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역사회 기관은 학생의 경험과 사회적 성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파트너로 기능한다.



    현재 봉사 참여 감소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공부, 독서, 봉사라는 교육의 세 축이 모두 입시에 종속되어 단절되는 현실은 우리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봉사가 사라지는 현실은 교육이 점수 경쟁으로 왜곡될 때 무엇을 잃어버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봉사, 공부, 독서가 경쟁이 아닌 삶의 성장과 경험의 축으로 자리 잡도록 교육을 재설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초·중학교에서 충분히 체화한 뒤 고등학교에서 최소 기준으로 이어지는 봉사 경험은 학생들에게 입시와 무관한 성장의 가치를 심어주고, 공부와 독서가 평생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기반이 된다. 입시에 의해 쉽게 단절되는 교육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입시 뒤로 밀려난 봉사와 배움을 되살리는 일,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교육이 맞닥뜨린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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