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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충무로에서] 가장 일상적인 장면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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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문지웅 경제부 차장


    충격과 공포. 미국의 이라크 침공 작전명이다. 전쟁에 쓰던 용어지만 이후 경제·사회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세계 증시는 코로나19와 같은 충격을 받으면 공포에 질려 폭락한다. 충격과 공포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태를 심각하게 만든다. 최근 중국 상하이 여행을 다녀온 뒤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에서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해서가 아니다. 엄청난 첨단 기술을 직접 본 것도 없다. 중국 국민 1인당 소득이 2만~3만달러가 됐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충격과 공포를 준 건 중국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사실 중국에 대해선 편견이 많았다. 아는 게 없으면 편견과 아집에 빠지기 마련이다. 9년 전 갑자기 이란 테헤란에 가게 됐을 땐 살아서 돌아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테헤란엔 사막도 없고 낙타도 없었다. 눈 덮인 산이 있었고, 한국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있었다.

    상하이에서 놀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어딜 가나 화장실이 깨끗했다. 요즘 서울 지하철 화장실만 가도 청결하지 못한 곳이 제법 있다. 일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KTX 화장실 휴지는 놀랍게도 동네 식당에 있는 것과 크기, 재질이 비슷하다. 하지만 상하이 시내 여러 곳에서 이용한 화장실은 휴지부터 청결까지 한국 화장실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았다.

    화장실에 주목하는 건 화장실이야말로 국민의식, 시민의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에 갔을 때 딱 한 번 빼고 화장실이 더럽다고 느낀 적이 없다. 1년 동안 한 번이면 서울보다 확률이 낮다. 미국을 선진국으로 느끼게 해준 건 화장실이 5할 이상이다.

    무질서할 것만 같았던 중국 도로는 공안이 있든 없든 질서가 있었다. 중국인들의 질서의식은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절정을 이뤘다. 대충 봐도 수만 명은 될 법한 인파가 불꽃놀이를 보려고 몰렸지만 모두 차분하게 질서를 지켰다. 자리다툼이나 소동은 없었다. 쇼가 끝나고 인파가 빠져나갈 때도 질서는 지켜졌다. 충격적이었다. 중국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진 순간이다. 중국의 첨단 기술이나 풍부한 자원이 두려운 것도 있다.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중국의 하드파워만 눈에 들어왔다. 소프트파워는 뒤진다고 봤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달라졌다. 중국인들의 시민의식, 질서의식을 봤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은 우리도 남부럽지 않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다 보면, 가끔 아주 혼잡한 곳에 가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많다. 백 투더 베이직, 다시 근본과 기초를 생각해야 할 때다. KTX 화장실 휴지부터 바꾸면 어떨까.

    [문지웅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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