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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정혁훈의 아그리젠토] 세계 첫 푸드테크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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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푸드테크산업 육성법이 이틀 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푸드테크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 법이 생긴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푸드테크라는 말이 본격 등장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투자 섹터의 하나로 '푸드테크'가 주목받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다. 식물성 고기를 중심으로 하는 대체단백질과 스마트 키친, 조리 로봇, 디지털 유통 플랫폼 분야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털 투자를 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푸드테크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 푸드테크라는 개념이 계속 확장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대체단백질은 식물성 고기에서 세포배양육과 미생물단백질 등으로 다양해졌고, 단순한 식품과 기술의 결합에서 개인 맞춤형 식품으로의 발전, 그리고 무엇보다 인공지능(AI)이 로봇, 바이오, 농업 등과 결합되면서 푸드테크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푸드테크를 제외하고는 국가의 미래를 얘기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모든 국가와 국제기구, 글로벌 포럼 등에서 푸드테크가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푸드테크법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시행한다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푸드테크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일순간에 변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관련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걸림돌을 제거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반 발짝 정도는 앞서 나갈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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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테크법에 따른 지원을 받기 위해 기업들은 푸드테크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신고 시스템은 현재 구축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국 여러 곳에 푸드테크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그 안에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가 건립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시험생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규제 개선 신청제가 도입되는 것이 주목된다.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식품 비즈니스를 시도하다가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농림축산식품부에 관련 규제 개선을 신청하면 부처 간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받는 것이 가능하다. 식품 기업이 더 이상 전통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첨단 기술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그동안 푸드테크는 농업, 식품,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의 경계에 걸쳐 있다는 이유로 정책적으로도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법과 제도는 아날로그 식품산업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이번 법 제정은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로도 풀이된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월드푸드테크포럼에서 독일 개혁을 상징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푸드테크는 단순히 식품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 그 이상으로서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문명의 발걸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푸드테크 기술을 선점하지 못하는 국가는 미래 식량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그의 경고는 이번 푸드테크법의 전략적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법을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실행력 있게 운영하느냐다. 한국이 반도체와 배터리로 세계를 넘어섰듯이 푸드테크에서도 제조와 ICT 역량을 결합한 '한국형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푸드테크산업 육성법은 출발선이다. 한국이 글로벌 푸드테크산업의 룰 메이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제 그 시험이 시작됐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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