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남 문화선임기자 |
새로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는 어쩌면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다. 2009년 개봉한 1편 ‘아바타’는 외화 최초의 천만 영화였다. 당시 관객 수 1362만 명은 2014년 ‘명량’의 전무후무한 대기록(관객 1761만 명) 전까지, 국내 극장가에서 쉽게 넘볼 수 없는 최고 흥행 기록이었다. 이후 2022년 개봉한 2편 ‘아바타: 물의 길’ 역시 1080만 관객이 관람했고, 제임스 카메론은 속칭 쌍천만 감독이 됐다.
3편 ‘아바타: 불과 재’는 전편의 세계관과 함께 2편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이야기. 장남을 잃은 설리 가족의 드라마와 함께 매력적인 새 악당이 등장하고, 물은 물론 육·해·공을 모두 넘나드는 화려한 세계와 액션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기본 구도는 여전히 판도라 행성의 자원을 탐내는 인간과 이들의 공격에 맞서는 나비족의 대결. 자기 종만 아니라 판도라의 모든 생명체가 연결되어 있다고 체감하는 나비족의 세계관은 인간의 탐욕과 뚜렷이 대비된다. 관객이 누구 편일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기후 위기를 비롯해 지구 행성의 최근 상황을 떠올리면 아마 더 그럴 것이다. 극 중 대사처럼 자기 종을 배신한 설리가 아니라 탐욕스러운 인간이 응징당하는 것이 이 영화에서 사필귀정이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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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편 때만 해도 개인적으로 의구심을 품었다. 1949년생 시고니 위버가 10대 나비족 소녀 키리를 ‘연기’하다니. 표정과 목소리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OTT에 공개된 제작 과정 영상을 찾아보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2편부터 선보인 수중 장면을 퍼포먼스 캡처로 촬영한 것이 사상 최초라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장치를 개발한 과정은 감탄을 부른다. 영화 한 편을, 아니 2·3편을 함께 촬영했으니 영화 두 편 만드는 데 이 정도로 공을 들이나 싶을 정도다. 물론 제작비도 상당히 많이 든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특히 배우들이 퍼포먼스 캡처용 점을 찍고, 카메라를 달고, 수중에선 잠수복을 입고 프리 다이빙을 하며, 표정과 동작과 액션을 아울러 실제 연기를 하는 과정이 18개월의 촬영 기간 내내 이어졌다고 한다. 카메론은 개봉 전후 여러 인터뷰에서도 배우의 감정과 연기를 강조했다. 그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신기술을 도입해온 감독이란 걸 떠올리면 여러모로 새롭게 다가온다. 인공지능(AI)이 배우라는 직업을 위협하는 지금, ‘아바타’ 시리즈는 컴퓨터로 만든 듯한 겉모습과 달리 배우의 연기로, 지극히 인간적 방식으로 만들어낸 영화로서도 다시 기억해야 할지 모른다.
이제 이 정도 영화는 되어야 관객을 불러낼 수 있는 걸까. 지난 주말, 모처럼 관객이 빼곡한 상영관을 나오며 떠오른 생각이다. ‘아바타’ 3편의 개봉과 ‘쥬토피아 2’의 600만 관객 흥행에 힘입어 올해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현재 간신히 1억 명을 넘어섰다.
이후남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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