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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50년 지나도…스티븐 킹은 ‘스토리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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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스티븐 킹이 2020년 발표한 소설을 각색한 영화 ‘척의 일생’의 한 장면. [사진 워터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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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리’(1976, 2013), ‘샤이닝’(1980), ‘미저리’(1991), ‘쇼생크 탈출’(1995), ‘그린 마일’(2000)···. 전 세계 사람들이 보고 잊지 못하는 할리우드 영화들 뒤에 그가 있다.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78)이다. 그의 작품이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이래 50년이 흘렀지만, ‘스티븐 킹 파워’는 여전하다. 지난 10일 디스토피아 액션 스릴러 ‘더 러닝 맨’(에드거 라이트 감독)이 개봉한 데 이어 24일 ‘척의 일생’(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개봉한다. 기네스 세계 기록에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생존 작가”로 이름을 올린 거장답다.

    킹은 공포 영화와 휴먼 드라마를 오가며 히트작을 내온 작가답게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폭넓은 창작 세계를 보여준다. ‘더 러닝 맨’이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추격과 폭발로 이어지는 액션 블록버스터라면, ‘척의 일생’은 삶과 죽음, 우주에 대한 사유를 독특한 서사로 풀어낸 철학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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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 발표한 원작을 두 번째로 영화화한 ‘더 러닝 맨’. [사진 유니버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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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10일 개봉한 ‘더 러닝 맨(The Running Man)’은 킹이 1982년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출간 당시 가까운 미래 2025년을 배경으로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이 지배하는 미래를 그렸다. 실직한 가장 벤 리처즈(글렌 파월)가 어린 딸의 병 치료를 위해 목숨을 걸고 거액의 상금을 내건 글로벌 인기 서바이벌 TV프로그램 ‘더 러닝 맨’에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더 러닝 맨’의 영화화는 이번이 두 번째다. 1987년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폴 마이클 글레이저 감독)로 만들어졌고, 이번에 에드거 라이트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라이트 감독은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10대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 이미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소설 내용을 시각화했다”며 “새로운 각색을 하되 원작에 더 충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미디어의 폐해를 예리하게 그려냈다. 시청자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빠져 넋 놓고 폭력과 자극을 소비하는 모습도 마치 미래를 예언한 듯하다. 라이트 감독은 “내가 가장 바란 것은 스티븐 킹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더 러닝 맨’은 강력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고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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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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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 『피가 흐르는 곳에(If It Bleeds)』(2020)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척의 일생’은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한 인간의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휴먼 드라마다. 3막부터 시작해 2막, 1막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서사로 주인공 척(톰 히들스턴)의 39년 인생에 담긴 삶의 비밀을 풀어간다. 관객은 나중에야 세상의 종말 분위기로 궁금증을 자아낸 영화의 시작 부분(3막)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상의 붕괴로 그려졌던 아득하고 당혹스러운 풍경이 사실은 중년 남성 척의 의식이 꺼져가는 과정이다.

    이야기의 중심을 관통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척’과 ‘우주’다. 킹은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칼 세이건의 ‘우주 달력’ 개념을 끌어와 150억 년의 우주 안에서 먼지처럼 존재했다가 꺼지는 인간의 삶을 대비시킨다. 그렇다고 인간의 삶이 보잘것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월트 휘트먼의 시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에 나오는 “나는 크다, 내 안에는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I am large, I contain multitudes)”라는 구절처럼, 한 개인의 삶이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우주와 같다는 것을 강조한다.

    삶을 살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순수한 기쁨의 순간들이라는 메시지도 울림 있다. ‘척의 일생’은 지난해 북미에서 먼저 개봉돼 호평을 받았다. 미국 매체 NPR은 “스티븐 킹은 차가운 이야기와 따뜻한 이야기를 다 쓰는 작가”라며 “‘척의 일생’은 따뜻한 이야기 중 하나로 삶을 긍정하는 작품”이라고 썼다.

    이 밖에도 킹의 원작 영화는 올해 미국에서 ‘롱 워크’(프랜시스 로런스 감독)가 개봉한 데 이어, 영화 ‘빌리 서머즈’와 TV시리즈 ‘웰컴 투 데리’ ‘캐리’ ‘다크 타워’ 등이 제작 추진 중이다. ‘척의 일생’ 개봉을 앞두고 AP통신은 “스티븐 킹의 첫 번째 편집자인 빌 톰슨은 ‘킹의 머릿속에는 영화 카메라가 있다’고 말했다”며 “그의 소설은 50편의 장편 영화의 기초가 될 정도로 생생하게 쓰인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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