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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기자수첩] 해군의 잃어버린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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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300] 한국형 차기 구축함 경쟁입찰…내년 말 방산업체 선정 목표
    해군의 신속한 전력화 요구에도…방사청 등 결론 못내, 위원회 무용론

    머니투데이

    지난 11월10일 동해상에서 실시한 '해군 함대급 해상 기동훈련'에서 함정들이 전술기동을 하고 있다. 최신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에는 해군 창설 80주년을 기념하는 해군기가 펄럭이고 있다. 함정순서는 앞쪽부터 정조대왕함·율곡이이함·왕건함·강감찬함·대청함. / 사진=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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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만 있네요."

    약 8조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1년 더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직 해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약 2년간 경쟁입찰, 수의계약, 공동설계 등 사업 추진 '과정'을 논의하느라 정작 해군이 요구해온 신속한 전력화라는 '목적'은 뒷전이 됐다는 한탄이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2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경쟁입찰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며 "위원님들께서 KDDX 사업이 더 이상 지연되질 않길 바란다고 많이 당부하셨다"고 했다. 당부라는 표현에선 문제를 바로 잡겠단 결기보단 팔장 낀 방관의 태도가 읽힌다.

    방추위 전 실무급 협의체인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가 올해 하반기 KDDX의 신속한 전력화를 위해 수의계약을 강조한 점은 '위원회 무용론'에 불을 지핀다. 수의계약에 대한 비판 우려가 제기되자 경쟁입찰, 수의계약, 공동설계 등 원안을 방추위에 그대로 올렸다. 책임 방기는 부실한 사업관리로 이어졌고 결국 해군의 2년은 날아갔다. 내년 말 방산업체 선정까지 총 3년을 잃어버린 셈이다.

    KDDX 사업은 한화오션이 2013년 10월 개념설계, HD현대중공업이 2023년 12월 기본설계를 마무리했다. 당초 계획대로면 지난해 사업방식 결정에 더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절차가 이뤄졌어야 했다. 분과위 등이 북한의 해상 핵위협을 고려했다면 이처럼 한가한 일정 관리는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해상 핵공격 플랫폼 구축을 공언했다. 최신 국방부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이 1990년대부터 2022년까지 자행한 대남 국지도발은 총 619건으로 그중 해상도발이 496건(80.1%)이다. 한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추진잠수함(SSN·핵잠) 도입에 합의했다지만 최근 해군의 실상은 전투함이 부족해 경비작전에 상륙함과 구조함 등을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KDDX 사업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선체와 이지스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걸음이다. KDDX가 바다 위를 지켜줄 때 핵잠의 전략적 가치도 더욱 커질 것이다. 안 장관과 방추위·분과위원들이 해군의 절규를 외면하지 않고, 절박한 심정으로 함정 전력 공백을 메워야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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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한 머니투데이 정치부 외교안보 담당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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