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도 환율급등
"투기적 움직임, 과감히 대응"
美日성명 언급 재량권 강조
확장재정 속 통화 안정 숙제
"투기로 인한 환율변동에 맞서 과감한 조치를 하겠다."
지난 19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도 엔저가 계속되자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장관이 환율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가타야마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최근의 엔화환율 변동에 대해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투기로 인한 움직임"이라며 "미일 재무장관이 공동성명에서 밝힌 대로 이러한 환율변동에 과감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환율결정을 시장에 맡기되 변동성이 과도한 경우 양국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가타야마 장관은 이 공동성명을 거론하며 "그 말은 (환율개입에 관한) 재량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가타야마 장관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공동성명을 언급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환율개입에 대해) 묵시적인 승인을 받았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가타야마 장관은 "매번 상황이 다르고 같은 패턴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어느 시점에 환율에 개입할지 구체적 기준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연말 개입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최근 2주 추이/그래픽=윤선정 |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0.75%로 결정했다. 일본 기준금리가 0.75%로 올라선 것은 1995년 이후 30년 만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환율하락의 요인이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자 달러 대비 엔화환율은 157엔 후반까지 오히려 2엔 가까이 상승했다.
금리인상을 결정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실질금리는 아직 낮다"며 내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껴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고 결국 환율을 끌어올렸다.
이날 가타야마 장관의 발언이 공개된 후 달러 대비 엔화환율은 달러당 157엔에서 155엔 후반으로 1엔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대규모 정부지출 계획을 고려하면 엔저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정부는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2026회계연도에 122조엔(약 1160조원) 이상 예산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맘때 추산한 2025회계연도 지출 예상액 115조엔(약 1094조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예산이다.
다카이치정권이 경기부양에 방점을 둔 데다 트럼프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대미투자 압박까지 감안하면 내년 지출은 이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일본 의회는 지난 16일 2025회계연도에 18조3000억엔(약 17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도 가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미 추경이 편성됐고 내년 예산까지 확장재정이라 재정건전성과 금리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타야마 장관은 "적극재정으로 전환하면서 (다카이치정권 수립 후) 첫 회계연도에 일부 재정수치가 악화할 것은 이미 예견됐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가타야마 장관은 "미국과 안보동맹이 강력하다고 해도 일본이 스스로 방어할 준비가 돼 있음을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며 국방비 증액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10년, 20년, 심지어 30년간 뭘 해도 경제성장률이 오르지 않았다"며 경기를 부양하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수임을 피력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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