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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어리다고 실수 봐주지 않죠"… 17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의 무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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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월 29일 대원문화재단 신년음악회서 연주

    한국일보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은 늘 머리를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 헤어스타일로 무대에 선다. 그는 다른 머리 모양이 안 어울리고 편하기도 하다고 했다. ©Shinjoo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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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이 대중음악계를 장악했듯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더 이상 어린 연주자는 '신기한 존재'가 아니다. 10대 때부터 '완성형 연주자'였던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등을 거치며 클래식 팬들은 나이보다 음악을 먼저 본다. 무대에 오른 순간 연주자는 성장 중인 학생이 아닌 전문 음악가다. 관객도 호의가 아닌 완성도로 연주를 판단한다.

    17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은 이 변화를 상징하는 연주자 중 한 명이다. 2023년 스위스 티보르 바르가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한 뒤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다. 내년에는 주목받는 음악가들이 선택받는 신년음악회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다. 내년 1월 8일 대전시향, 29일 대원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 협연자로 나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각각 연주한다.

    19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서현은 "어리니까 실수해도 된다는 생각을 지운 지는 오래됐다"며 "좋은 연주자는 많고 갈수록 어려지고 있어, 작곡가의 의도를 잘 전하면서도 개성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의 기준을 점점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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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Shinjoo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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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이라는 수식어는 짧은 시간에 김서현이 이룬 경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김서현의 우승으로 티보르 바르가 콩쿠르는 대회 운영 규칙까지 바꿨다. 연령 제한(만 14세)에 한 살이 모자라 주니어 부문에 나서지 못한 그는 이듬해 성인 대회에 출전해 정상에 올랐고, 이후 대회는 성인 부문 출전 가능 연령에도 하한선(만 17세)을 새로 뒀다. 콩쿠르 이후 바르가 가문의 1753년산(産) G.B. 과다니니 바이올린을 후원받고 있다. 6월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올해 쇼팽 콩쿠르 우승 피아니스트 에릭 루 등이 소속된 영국 음악 매니지먼트사 해리슨패럿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바이올린은 만 다섯 살에 시작했다. 먼저 배운 피아노는 영 늘지 않더니 바이올린 실력은 금방 늘었고 연습하는 것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연주하다 보니 음악을 왜 이렇게 사랑하는지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음악할 때 몰입되는 걸 보면 행복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서현은 요즘 무대 밖 삶 역시 연주자의 책임임을 배워가고 있다. 예원학교(중학 과정) 졸업 후 홈스쿨링을 거쳐 지난 10월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학사 과정에 진학하면서 늘 함께하던 엄마 없이 홀로 한국과 독일을 오가는 중이다. 그는 "살림과 요리도 직접 한다"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제일 쉬운 볶음밥을 자주 해 먹는다"고 했다.

    성격유형검사(MBTI) 결과 사고형(T)인 그는 "연주자가 과하게 느끼기보다 냉정하게 분석해야 음악 전달이 더 잘되기 때문에 T인 음악가가 많은 편"이라며 웃었다.

    "제 음악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요. 혼자 방에서 연습하면 저 스스로는 행복하지만 그걸 나누는 행복이 또 있으니까요.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목표는 연주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연주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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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스위스의 티보르 바르가 국제 콩쿠르 당시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Celine Ribordy Kamerz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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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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