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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3 (토)

    [경향의 눈]개혁입법 전 ‘윤석열 테스트’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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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말기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확 줄이겠다며 ‘검찰 수사권 축소법’ 입법을 주도했다.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으로 이 법을 간단히 무력화했다. 법무부는 시행령을 바꿔 부패·경제 범죄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검찰은 예규를 뜯어고쳐 검찰이 직접 수사 중인 사건과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하나라도 공통되면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이 예규를 근거로 윤석열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명예훼손 혐의를 직접 수사할 수 없으니 대장동 사건과 억지로 엮은 것이다. 내용인즉슨 명예훼손인데 압수수색영장은 배임수재로 받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7월 공영방송 이사회에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이사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태도를 바꾸었다. 문 전 대통령이 방통위 업무보고 때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모두 안다. 윤석열은 방송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신문기자 출신 박민을 KBS 사장에 앉혔고, ‘국민의 방송’은 ‘박민의 방송’이 됐다. 그 후임 사장은 김건희씨가 받은 명품백을 ‘조그만 파우치’라고 한 박장범씨다.

    검찰 수사권 축소법은 집권세력이 시행령으로 농간을 부릴 가능성까지 상상하지 못해 생긴 입법 실패라 할 만하다. 방송법 개정 포기는 나쁜 소신을 가진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될 가능성과 그로 인한 공영방송 황폐화를 숙고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둘 다 최악의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당이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처리하고 KBS 이사 증원 등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는 그런 반성도 깔려 있다고 본다.

    권력이 나에게 있을 때만, 혹은 선의의 권력자에게 있을 때만 좋은 제도를 만드는 건 제도개혁이 아니라 제도개악이다. 그건 미래의 폭군들에게 흉기를 쥐여주는 것이다. 폭군 손에 있어도 문제되지 않을 제도를 만드는 게 진짜 제도개혁이고, 내란 극복 제도화다. 스티브 레비츠기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규범’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 정치는 어떤가.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입에 담기도 민망한 지경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악용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게 차선 아니겠는가.

    민주당이 24일 국회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정치·경제 권력도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민주당은 언론사 논평까지 반론보도 대상에 넣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입법도 추진 중이다. 이런 법들이 윤석열 집권기에 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이유로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1호기 탑승을 불허한 윤석열, 비상계엄 때 경향신문 등 언론사를 단전·단수하려 한 윤석열이다. 국민의힘 전 대표 김기현은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 보도를 두고 “사형에 처해야 할 반국가 범죄”라며 핏대를 세웠다. 그 서슬에 개정 정통망법 같은 제도적 무기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온전히 보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당은 재판소원 법제화를 예고했다. 숙의해볼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법부를 믿지 못하겠으니 헌재를 사법부 위에 두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이다. 훗날 정권이 바뀌고 제2의 윤석열이 김용원·이상민·박성재·김주현·이완규와 같은 인물들로 헌재를 채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니 ‘내 손 안의 정의’만 생각하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그만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내란 극복 제도화를 위임받은 집권여당의 책임윤리다.

    민주당이 모든 개혁입법 전 ‘윤석열 테스트’를 해보기를 권한다. 윤석열이 이 법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할지 금융기관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듯, 국책사업 예비타당성 조사하듯 진지하게 사고실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윤석열 역할을 맡을 레드팀을 만들어도 좋다. 멈칫하게 될 대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경향신문

    정제혁 논설위원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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