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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5 (목)

    與 “사설·칼럼도 반론보도 대상 넣겠다” 野 “언론 편집권 침해하는 新보도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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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언론중재법도 개정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사와 유튜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신문·방송사 등을 겨냥한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기사가 아닌 사설·칼럼 등에 대해서도 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게 하고, 구체적인 정정 보도 게재 방식까지 강제해 놨다. 언론계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편집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언론 재갈법’”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야권은 “이재명 정부의 신(新) 보도 지침”이라며 폐기를 요구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정인성


    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신문 기사 중 극히 일부 사실에 대해 정정·반론 보도 등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원 보도 지면의 좌상단에 게재하도록 했다. 가령, 1면 기사는 1면 좌상단에, 2면 기사는 2면 좌상단에 배치하라는 것이다. 또 방송은 출연자가 등장한 후 첫 순서에 자막을 표시하라고 했다.

    정정보도 청구 기간도 기존 ‘보도를 안 날부터 3개월 이내, 보도 후 6개월 이내’에서 ‘보도 후 2년 이내’로 대폭 연장했다. 언론 중재 과정에서 보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부여했다. 관련 자료도 2년간 보관하고,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면 언론사가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언론사 출처를 밝히고 인용한 기사까지 언론 중재 대상에 포함하는 등 중재 대상의 범위도 넓혔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들어 가짜 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가능케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언론중재법은 건들지 말라”고 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짜 뉴스는 언론보다는 유튜브 이런 쪽에서 피해가 더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당 강경파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빼더라도 언론중재법은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심사소위에 개정안을 회부했다. 정부와 대법원은 우려를 표했다. 법원행정처는 “논평 기능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며 “언론사가 모든 보도 내용을 완벽하게 입증할 자신이 없으면 공익적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주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언론계와 학계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 공권력·대기업 보도에서 ‘입증 불능이 패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공익적 감시 보도가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언론 규제를 계속 확대해 ‘규제 만능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라면서 “이 법안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결부되면 권력자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규호 중앙대 교수는 “일반 민사 사건에서도 원고 측이 피해 사실을 입증하도록 돼 있다”면서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은 기존 법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정보통신망법에 이어 언론중재법까지 통과되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세상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당론 추진은 아니다”라고 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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