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HD현대중공업은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방위사업청과 해군,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KDDX 기본설계 종료식을 가졌다. 사진은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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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이 ‘경쟁입찰’로 결론났지만 방산업계에서는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내년 1분기까지 KDDX 상세설계 단계에 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하반기에 KDDX 사업 입찰 공고를 한 뒤 내년 말까지 최종 사업자를 선정해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까지 1년 남짓 남은 가운데 꺼야 할 불씨가 적잖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납기 등을 고려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이번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당장 기존 ‘KDDX사업추진기본전략’을 변경하거나 재수립해야 한다. 2018년 1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의결한 기본전략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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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공고 단계에서 절차를 설계하고 평가 지침을 마련하는 일도 난제다. 그동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입장이 첨예했던 만큼 입찰 과정의 작은 공정성 시비에도 민감할 수 있어서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4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KMIST) 종합학술대회'에 참가해 총 5건의 논문을 공개하면서 미래 함정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의 선행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KMIST에서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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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입찰 과정에서 ‘보안 감점’을 적용하는 문제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지난 9월 방사청이 “내년 12월까지 HD현대중공업에 감점 1.2점을 연장한다”고 밝혔을 때도 파장이 컸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모든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방사청은 “특정 업체에 대한 보안 감점 적용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며 당장에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비쳤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한화오션이 입찰 참여 기회를 얻었단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지만, 기본설계에 참여한 현대중공업보다 제안서 작성 등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보안 감점 적용 여부가 입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쟁입찰 결정이 함정 건조 기업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부분이다. KDDX뿐 아니라 향후 차기 함정 개발 사업 전반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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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연구ㆍ개발 과정에 속하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과정은 개발에 든 비용을 국가가 기업에 사후 정산해주는 절차가 있었다. ‘세상에 없는 배’를 만드는 방산 기업의 비용을 국가가 어느정도 보전해준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경쟁입찰에서는 사실상 이런 과정이 불가능하다.
장원준 교수는 “경쟁은 비용ㆍ성능ㆍ시간 싸움인데, 두 대기업 모두 성능은 충족한다고 보면, 결국 남는 건 비용이라 가격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사업비가 어느정도 될지 방사청도 판단이 어렵고, 기업들은 가격 상한이 생겨 부담이 커질 것”이라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경쟁 입찰로 선도함 건조에 큰 비용을 쏟고도 후속함 수주를 못 하면 함정 업체는 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고 우려했다.
해군 출신의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기업은 과당 경쟁으로 내상을 입고 방사청은 법ㆍ제도ㆍ규정을 공정하게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해군은 전력화 지연으로 막심한 손해”라며 “누구도 승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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