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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존엄이자 사랑…그 죽음을 위하여[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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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죽음의 방식

    세라 탈로 지음 | 정지인 옮김

    복복서가 | 344쪽 | 1만8000원

    경향신문

    죽음을 연구해온 학자가 가장 사적인 죽음을 기록했다. 역사고고학자 세라 탈로의 신간 <어떤 죽음의 방식>은 인류의 매장 관습과 장례 문화를 연구해온 저자가 사랑하는 배우자의 죽음을 겪으며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어느 화창한 아침, 탈로는 아이들과 함께 남동생 가족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온다. 오자마자 남편 마크를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마침내 마크의 방에 들어선 탈로는 그가 침대 위에서 죽은 채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다. 탈로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남편은 홀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거대한 상실과 슬픔에 빠진 저자는 남편이 질병으로 쇠약해지며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던 과정, 생계와 육아, 고강도의 간병을 홀로 떠맡았던 돌봄의 시간, 그리고 마크의 마지막 선택을 되짚으며 기억의 지층을 치열하게 파내려간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남편이 혼자서 죽음을 택한 것은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탈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는 것을, 그만의 숨은 사랑의 방식이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이 단순한 회고록을 벗어나는 지점은 개인의 서사가 학문적 시선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탈로는 고고학적 개념인 ‘층위’를 빌려 기억과 감정의 지층을 치열하게 탐색한다. 과거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다뤘는지에 대한 연구는 현재의 상실을 이해하는 도구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와 관계, 돌봄과 존엄의 문제로 재구성된다.

    저자는 애도의 방법을 제시하거나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남겨진 이의 삶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살피며 죽음이라는 것이 한 개인의 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과 기억 속에서 계속 작동하는 사건임을 보여준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을 깊이 응시하게 만드는 이유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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