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금)

    이슈 시위와 파업

    "여기선 숨 쉬어져" 6살 딸과 시위 나왔다…성탄절 유가족 눈물 [제주항공참사 1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고재승(44)씨는 크리스마스이브를 그의 6살 딸과 함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보냈다.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다. 1인 시위 현장에서 만난 고씨는 “나중에 부모님 만나면 ‘이만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 섰다”며 “집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한 것 같아 괴로운데, 여기서 있으면 잠깐 숨은 쉴 수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참사 당시 부모님 두 분을 모두 잃은 고씨는 트라우마로 지난 7월부터 회사를 휴직 중이다.

    중앙일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인 고재승(44)씨가 그의 6살 딸과 함께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항공 참사가 오는 29일로 1주기를 맞는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고 호소한다. 고씨는 “참사 1년이 지났는데도 사고 조사나 수사에 대한 중간발표조차 없었다”면서 “이달부터는 참사가 떠올라서인지 다른 유가족들도 더 힘들어하고, 말도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뿐만 아니라 유가족들 모두 지난해 12월 29일(참사일) 그날의 시간에 멈춰 있다”고 울먹였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7월 3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시위는 참사일 전날인 오는 28일까지 희생자 수(179명)에 맞춰 179일간 이어진다.



    진상규명 1년째 제자리…유족들은 릴레이 1인 시위



    참사 1주기를 맞은 유가족들의 소원은 오직 ‘진상규명’이다. 하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은 크다. 고씨는 “참사 1년째인데 이제야 강제 수사에 나서는 경찰에 대한 기대도 무너졌고, 정부에 대한 바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참사 원인으로 지목한 무안공항 활주로의 콘크리트 둔덕 관리 주체는 국토교통부다. 하지만 국토부 산하 항철위가 조사를 맡으면서 ‘셀프 조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항철위는 지난 7월 ‘엔진에 결함이 없었고, 조종사가 엔진전력장치(IDG)를 끈 것으로 보인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하려다 유가족 반발로 취소했다. 결국 항철위 조사위원장은 사퇴하고, 상임위원이었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달 4일엔 항철위가 공청회 형식의 조사 결과 발표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삭발식까지 강행하며 반대하자 무기한 연기됐다.



    유가족 “정부가 새나 조종사 과실 미룬다” 분통



    김유진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항철위가 새나 조종사에게 책임을 미루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항철위는 유가족에게 ‘엔진은 이상 없다. 조종사 과실이다’ 이 두 문장만 언급한다”면서 “항철위가 이 말만 반복하는 사이 유가족들은 1년이 지나도 어떤 이유로 가족들이 사망했는지, 누가 책임자인지 아직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공청회 중단과 조사기구 독립화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직 기장인 장정희 조종사노조연맹 대외협력실장은 “조종사 과실로 단정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항철위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찰 44명 입건하고도 처벌자 ‘無’



    경찰 수사도 더디다. 26일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현재 참사 관련 입건자는 44명이다. 입건자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 전·현직 국토부 공무원 등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처벌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 22일 본회의를 열고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특위는 이날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40일 동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과 책임규명을 위한 조사에 나선다. 아울러 항철위를 국토교통부 산하에서 국무총리 산하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지난 23일 유가족을 대표해 제주항공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만났던 고씨는 “이제 남은 희망은 국회뿐”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1주기인 오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공식 추모식을 연다. 유가족 협의회는 지난 22일부터 광주·전남 지역을 포함해 수도권 주요 지역에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역·용산역·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 등 공항·역사에 마련된 분향소는 29일까지 운영된다.

    재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포나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삼가주세요. 재난을 겪은 뒤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02-2204-0001(국가트라우마센터) 또는 1577-0199(정신건강위기 상담전화)로 연락하시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문상혁·한찬우·김예정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