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항고장 접수한 검찰, 11개월째 재수사 여부 결론 못내
유족측 "이미 기소된 직원들과 공범관계…업무상과실치사도 검토해야"
궁평2지하차도서 침통해 하는 오송참사 유족 |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2025년이 저물어가지만 오송참사 유족들이 김영환 충북지사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항고 사건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까지 나서 김 지사에 대한 재수사를 강하게 촉구했으나, 검찰은 중대시민재해 혐의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사건인 만큼 법리 해석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유족들에게 고소된 기관장 중 유일하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범석 청주시장과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안전관리체계를 사전에 구축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김 지사는 참사가 발생한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통제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편성해 놓는 등 관련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재난 콘트롤타워인 김 지사 역시 기소돼야 한다며 지난 2월 대전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유족들은 또 참사 당일 도청 직원들의 비상근무 및 보고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책임 역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김 지사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항고장을 받아 든 검찰은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답변하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조사가 급속히 추진되면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종전 결정을 뒤집고 김 지사에 대한 재수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는 지난 9월 국정조사에서 검찰이 김 지사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고,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책임을 김 지사에게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까지 채택하며 재수사를 압박했다.
국정조사에 출석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항고장을 봤는데, 유족 입장에서 궁금해하거나 납득 안 되는 부분이 보이긴 했다. 그 부분을 어떻게 볼 것인지 대검에서 다시 한번 관심을 갖고 보겠다"고 해 유족들의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검찰은 중대시민재해 혐의가 적용된 첫 사건인 만큼 잘못된 선례를 남기기 않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참사 당시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지사에게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당시 충북도 직원들은 인근 미호천교 지점 수위가 지하차도 통제 기준에 도달했음에도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고, 홍수경보 메시지를 수신하고도 보고 및 전파 등의 위험 상황을 알리지 않는 등 매뉴얼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물 마시는 김영환 충북지사 |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체계 점검 의무를 폭넓게 해석해 김 지사에게 책임을 물을 경우 사전 안전 조치 여부와 관계없이 사고 발생 때마다 모든 기관장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불기소 결정을 유지하면 도로관리사업소 소장 등 도청 직원 7명이 기소된 상황에서 수장인 김 지사만 처벌을 피하는 모양새여서 정치권과 유족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이성구 변호사는 "앞서 항고 사건 관련해 대전고검을 방문했을 당시 담당 검사로부터 '도청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지사만 불기소 처분한 것이 형평에 맞는지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김 지사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도 처벌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재수사를 재차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김 지사는 기본적으로 기소된 도청 직원 7명과 공범 관계에 있다고 본다"며 "여러 명의 과실이 중첩돼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공범 관계를 인정한 판례를 토대로, 지금까지 김 지사에게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던 업무상과실치사죄 적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고심이 더 길어지면 법원에 직접 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을 낼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송참사 유족 "최고책임자 중대재해처벌법 기소하라" |
참사 발생 직후부터 김 지사에 대한 처벌을 요구해온 유족들도 신속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경구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국정조사 종료 후 머지않아 재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태 아무런 소식이 없어 유족들이 당혹해하고 있다"며 "검찰이 결론을 내기에 이미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참사에 큰 책임이 있지만,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탓에 앞선 손해배상청구 소송 대상에서 일단 제외했다"며 "김 지사의 형사 책임 소재가 드러나면 김 지사 개인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방안을 유족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chase_are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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