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설계-생산 데이터 통합 추진
3D 설계·PLM·디지털 제조 잇는 플랫폼 구축
설계 정보가 바로 현장으로…조선소 패러다임 전환
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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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한 척을 만드는 데 설계가 한 번도 바뀌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선주 요구가 달라지거나 안전·환경 기준이 바뀌면서 도면은 공정 중간에도 계속 수정됩니다.
문제는 이 설계 변경이 곧바로 조선소 현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설계실에서 바뀐 내용이 생산 공정까지 전달되는 사이 조정과 재입력이 반복되면서 일정과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최근 조선업계에서 설계부터 생산까지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잇는 방식이 주목받는 배경입니다.
왜 '하나의 설계도'가 필요해졌을까
사진=아이클릭아트 |
국내 조선업 맏형격인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소를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는 미래형 전환에 나섰습니다. 핵심은 설계와 생산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묶는 것입니다. 설계 변경이 잦아지는 조선업 환경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일정과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현재 조선소에서는 설계 단계와 생산 단계가 서로 다른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설계 단계에서는 선박의 3D 형상을 그리는 CAD와 사양·변경 이력을 관리하는 PLM이 쓰이고 생산 단계에서는 공정 순서와 작업 계획을 담당하는 디지털 제조(DM) 시스템이 따로 돌아갑니다.
이 구조에서는 설계실에서 도면이 바뀔 때마다 생산 공정을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변경된 설계 정보를 생산 시스템에 재입력하고 블록 조립·용접·배관·전장 등 공정별로 하나씩 맞추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선박은 공정 간 연결성이 높은 제품입니다. 한 부분의 설계 변경이 다른 공정으로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정 범위가 넓어질수록 일정 지연이나 재작업 가능성도 커집니다. 선박이 대형화되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이런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설계 책상에서 바로 현장으로
지멘스의 CAD·PLM,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 HD현대삼호의 LNG운반선 3D 모델 렌더링을 활용한 AI 기반 선박 설계 및 시뮬레이션 사례./자료=엔비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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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이 추진하는 설계–생산 통합 플랫폼은 설계 변경을 곧바로 생산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해법입니다. 설계와 생산을 각각 관리하던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설계부터 제작까지를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선박의 3D 설계 모델이 생산의 기준점이 됩니다. 블록 조립 순서, 용접 조건, 배관·전장 정보 등 생산에 필요한 데이터가 설계 모델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설계가 바뀌면 관련 생산 공정도 자동으로 연결돼 별도의 재입력이나 수작업 조정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 경쟁이라기보다 복잡해진 현장을 보다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설계와 생산 간 데이터 단절을 줄여 공정 조정 부담을 낮추고 작업 방식을 표준화해 생산 계획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를 위해 글로벌 디지털 솔루션 기업인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내년부터 플랫폼 상세 개발에 들어가 2028년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 국내 조선소에 순차 적용한 뒤 해외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CES 2024에서 공개한 인공지능(AI) 기반 해양 데이터 솔루션 '오션와이즈./자료=HD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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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이터 중심 전환은 건조 이후 단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HD현대의 선박 유지·보수·개조 전문 계열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인공지능(AI) 기반 해양 데이터 솔루션을 통해 선박 운항 단계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설계와 생산 단계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운항 데이터와 결합되면 선박의 생애주기 전반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구조가 가능해집니다. 배를 데이터로 지어 현장에 넘기는 시도가 이제는 데이터로 움직이는 단계까지 확장되는 셈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 통합 플랫폼은 미래형 스마트 조선소 구현을 위한 핵심 기반"이라며 "디지털 제조환경 구축을 통해 조선 현장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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