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
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 디지털 자산시장에선 어떤 이슈가 화제였나. 우선 투자자 관점에선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 가격이 최대 화두라 할 만하다. 다른 디지털 자산 대비 가격 변동이 적다는 비트코인조차 10월 초 사상 최고치인 12.6만달러(1억701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30% 이상 폭락 후, 현재도 8만~9만달러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내년 전개에 대해서도 4만~6만달러의 비관론부터 14만~15만달러의 낙관론까지 의견의 차가 극단적이다. 비관론은 지난 10월 강제 청산의 여진과 비트코인 4년 주기설에 따른 매도 압력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낙관론은 4년 주기설은 디지털 자산시장의 기관화가 진전되기 이전의 '과거 유물'로 디지털 자산 현물 ETF 등 기관화 확대에 따라 매수 압력이 갈수록 커질 거라는 점을 강조한다.
투자의 관점과는 별개로 업계에선 글로벌 관련 법규(미 GENIUS 법 등) 정비 등에 따른 디지털 자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핵심 화두다. 현 시장을 이전과 구분하는 직접적인 구조 변화로 무엇보다 2024년 1월부터 시작된 디지털 자산 현물 ETF를 첫째로 꼽는다. 작년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만 있었지만, 올해 들어 솔라나, XRP, 도지코인 등으로 다양화됐고, 규모도 총 순유입 금액(시가총액) 기준 작년 말 379억달러(51.2조원)에서 올해 11월엔 713억달러(96.3조원)로 88%의 급증세인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산 현물 ETF를 계기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연기금·보험 등 기관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들 자금의 특성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줄고, 4년 주기설 등 기술적 분석 외에 금리·달러·유동성 등 거시 변수의 중요성이 커지는 등 구조 변화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의 1일 평균 매도(100억~150억달러)를 고려할 때, 비트코인 현물 ETF의 1일 평균 순유입(1000만~1200만 달러)만으론 '매수 안전판'으로 역부족이고, 1일 평균 2억~5억달러는 돼야 한다는 게 '경험칙'이라고 본다.
둘째, 디지털 자산 수급에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디지털 자산을 '금융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시킨 결정적 주역은 단연 스테이블코인이다. 디지털 자산 현물 ETF가 제도권 자금의 유입 경로를 만들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을 제도 금융권 생태계로 끌어올린 핵심 인프라라는 게 글로벌 시장평가다. 특히 지난 7월 미국에서 입법화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자산 교환뿐 아니라 결제·송금·무역대금 결제 등 사실상 디지털 통화로 규정했는데, 이는 은행의 폐쇄 결제망 외에 은행 없이도 작동하는 블록체인 오픈 결제망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금융사적으로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시장 규모도 2024년 2030억달러에서 올해 3173억달러로 56.3%의 빠른 증가세다.
이 때문에 유럽, 싱가포르, 홍콩, 심지어 디지털에 뒤져 있다는 일본까지 발 빠르게 스테이블코인 법 마련은 물론,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시간·비용 측면에서 워낙 효율적이어서, 지급결제, 특히 국경 간 결제·송금·환전 시장에서 점유율이 계속 확대될 전망이고, 중장기적으론 다국 스테이블코인 발행, 충분한 유동성을 전제로 온체인 외환 시장의 가능성도 예상된다는 게 개인 생각이다.
셋째, 올해 디지털 자산시장 구조에 영향을 준 또 다른 핵심 요소로 ST(토큰 증권)와 RWA(실물자산) 토큰화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토큰 증권시장은 올해 잔액 기준 133억달러로 2024년 40억달러 대비 무려 3.3배의 급성장 추세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 발행이 많았던 토큰 국채가 66.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토큰화 주식은 지난 6월 로빈후드의 미국 주식 토큰화로 작년 대비 65배 급증했지만, 아직 7.5억달러의 소규모다. RWA 토큰화시장도 2024년의 152억달러에서 올해 188.8억달러로 24.2%의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럼 2026년 글로벌 디지털 자산시장은 어떨까. 개인적으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확대·구체화할 거로 예상한다. 우선 디지털 자산 현물 ETF의 확대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온체인 외환 기능의 부분적 대체, 기업 결제(B2B)와 신흥국 송금이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비자, Stripe 등이 다국적 기업 또는 은행 인프라 취약 기업을 대상으로 USDT·USDC를 결제 수단으로 쓰고 있고, 중남미·아프리카 등 통화가치가 불안정한 지역에선 USDT 등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송금이 확대하고 있다.
또 국가별 ST 법·제도의 채택·확대에 따라 '온체인 증권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하고, RWA 토큰화시장에선 모든 자산을 토큰화하기보다 사모 대출·기관형 펀드 등 규제 적합성과 현금흐름이 명확한 자산에 우선 집중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투자자 관심이 많은 디지털 자산 가격은 어떻게 될까. 2026년 비트코인 전망 의견이 극단적으로 나뉜 데서 알 수 있듯, 디지털 자산 가격 전망은 늘 쉽지 않다. 개인 생각으론 내년 비트코인의 경우 기술적 분석 요인에 따른 매도 압력과 기관화·매크로 요인에 따른 매수 압력이 교차하는 한 해가 될 거로 본다. 아직 현물 ETF 유입 규모가 작고 강제 청산 여파로 유동성 제약이 있는 1분기에는 하락 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물 ETF가 확대되고 미 경제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가 강해질수록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 탄력이 커질 거란 생각이다.
아무튼 2026 병오년(丙午年)은 변화가 빠르고 에너지가 강한 '붉은 말띠'의 해'라고 한다. 디지털 자산, 스테이블코인 법 통과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현물 ETF 출시 등 붉은 말처럼 신속하고 에너지 넘치는 디지털 자산시장 생태계 구축을 기대해 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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