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AI 고속도로’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9월 8일 국가AI전략위원회 출범과 함께 ‘국가AI컴퓨팅센터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2028년까지 GPU를 5만 장 이상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치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경제 성장의 동맥이 되었듯, AI 고속도로는 디지털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것이다.
AI 고속도로 구축의 핵심은 GPU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넘어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센터가 발표한 ‘2025 핵심·신흥기술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AI 분야에서 9위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미국·중국·유럽을 제외하면 데이터 수집부터 컴퓨팅 인프라,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자국 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풀스펙트럼 AI’역할을 갖춘 국가는 없다는 점을 제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풀스펙트럼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시작점은 분산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강력한 ICT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AI 고속도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초고속·초저지연 네트워크 인프라, 데이터 및 컴퓨팅 자원 공유·관리 기술과 더불어 강력한 보안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GPU 클러스터 간 통신 병목현상이 AI 모델 학습의 효율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 각지(서울, 광주, 울산 등)에 분산 배치될 AI 데이터센터를 마치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자원처럼 활용하려면, 100Gbps 이상의 고대역폭과 초저지연 시간을 보장하는 네트워크 백본이 필수적이다. 또한 분산된 데이터센터의 GPU, 스토리지, 학습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은 데이터 및 컴퓨팅 자원의 활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이며, 이러한 최신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운영기술은 AI 고속도로의 실질적 활용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주축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클라우드 GPU 서버로의 불법 접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에서 알 수 있듯, 첨단 GPU 클러스터와 고가치의 학습 데이터가 집적된 AI 데이터센터는 사이버 공격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간 위협 탐지 및 이상 행위 차단이 가능한 보안 체계와 함께,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보안 강화 수준을 넘어 AI 인프라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이러한 네 가지 핵심 기술 영역을 ‘네트워크미래기술’이라는 하나의 연구본부 체제로 결집하여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및 AI 기반 기술에 관한 집중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국 200여 개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100Gbps급 초고속 연구망(KREONET) 및 거대 연구시설 실험데이터를 관리하는 글로벌 대용량실험데이터 허브센터(GSDC) 인프라 구축·운영 기술과 더불어, 최신 실시간 위협 탐지·대응 기술 및 양자암호통신 분야의 핵심 선도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KISTI은 이러한 역량을 통해 분산된 기술의 집합이 아닌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정부의 AI 고속도로 정책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며 대한민국이 2030년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송중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네트워크 미래기술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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