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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적대적 2국가론’ 딛고 ‘남북 기본협정’ 제안하자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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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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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범 | 변호사·대한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12월30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는 ‘적대적 2국가론’을 선언하였다. 이 선언을 계기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현실적 수용론’과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의 ‘평화적 2국가론’이 분출되면서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진영은 물론 학계와 실무계에도 큰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17년 12월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 같은 해 9월19일 평양선언 등 남북관계 발전에 따른 절실한 기대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북미 정상 합의가 결렬되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김정은이 대남기구와 대남정책에 대한 엄정한 검열을 시행한 후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 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냉철하게 분석한 데 입각하여 대남 부분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 데 대한 노선”으로 대전환했다. 기실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부국강병 목표는 ‘조선민족제일주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조국통일의 모습도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정의의 강국’으로 ‘국가’의 주권을 ‘통일’보다 우선시했다. 따라서 위 선언은 핵무기 고도화, 러·우전쟁 파병과 북중러와 한미일의 신냉전질서 형성으로 국제사회에서 북의 지위가 높아지자 ‘정상국가’로 적극 참여하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방하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북의 ‘적대적 2국가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째, ‘2국가론’을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남북은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기 직전인 같은 해 9월 유엔회원국으로 동시 가입한 이래 세계 각 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왔다.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은 국제사회가 사실상 한반도에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라는 국가를 승인한 것이다. 따라서 국제관계 또는 국제법적 지위라는 관점에서 보면, 북의 ‘2국가론’은 2023년 12월30일 선언했다고 하더라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국제관계 또는 국제법적 지위). 현재 남북은 “전체로서 하나의 국가였던 대한제국”이 1910년 8월 일제의 불법 병합과 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로 인하여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두 ‘부분국가’로 분단되어 있다. 그러나 남북기본합의서의 서문에서 보듯이, 이는 미래의 통일단일국가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것에 불과하므로 현재 남북은 특수관계에 있다(남북관계 또는 남북관계법적 지위). 또한 남북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이미 한반도의 남반부와 북반부를 각각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국가성을 인정받고 있으므로 주권과 국권을 가지는 단일국가의 지위에 있다(실효적 지배관계 단일국가법적 지위).



    둘째, ‘적대적’ 문구의 함의와 관련하여 본다면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은 국제전쟁법상 일시적 전투중지인 ‘휴전’(Ceasefire)이 아니라 전투행위 일체를 전면 중지하기로 법적으로 합의한 ‘정전(Armistice)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중단되었다. 이는 국제법적으로 정치·군사적 ‘적대적 관계’에 있음을 의미하며, 협정 당사자 간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정전협정이 완전히 종료되는 것이다(대외적, 국제법적 함의). 한편, 김정은이 ‘적대적 2국가론’을 공식 석상에서 자주 강조하는 것은 북의 세대변화에 따른 사회 기강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내부 긴장 조성의 정치적 수사로 엿보이는 점도 있다(대내적, 국내법적 함의).



    김정은은 남북관계 단절과 신냉전질서의 형성으로 급변한 국내·외 정세에 냉철하게 조응하면서 ‘적대적 2국가론’을 선언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맞게 국제관계 또는 국제법적 지위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종전의 ‘남북한 특수관계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남북은 양자관계를 법리적, 관계적 모순 없이 수용·발전시키려면 동·서독 기본조약과 같은 ‘남북 기본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인정받아야 체제보장과 경제개발에 전념할 공간이 생기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 입장에서도 ‘국제법적 2국가론’을 전제로 하는 ‘남북 기본협정’을 수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적대적 2국가론’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양 국가가 ‘통일 지향적 선린관계임’을 적극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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