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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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결심을 한다. 이루지 못할 결심을 굳이 한다. 그놈의 새해 결심도 연휴 내내 엄마가 끓인 곰탕처럼 우려먹었다. 독자들도 오래 우린 결심이 있을 것이다. 살을 빼겠다. 술을 끊겠다. 책을 많이 읽겠다. 인간은 결심은 잘하고 노력은 안 하는 드문 동물이다. 대부분 우리는 이루지 못한 결심을 품고 병원에 누워 “술 좀 끊으라고 했잖아요, 아이고” 하는 곡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에 든다.
몇 년 전부터 내 결심은 하나다. ‘괜찮은 어른이 되자’는 것이다. 어른이 될수록 괜찮은 어른이 뭔지 잘 모르겠다. 좋은 술을 잘 사면 괜찮은 어른인 건 분명하다. 거기서부터는 어떤 말을 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술자리에서 잔소리를 안 하면 괜찮은 어른인가. 잔소리를 아끼지 않아야 괜찮은 어른인가. 어렵다.
연휴 내내 올해 놓친 영화를 VOD로 몰아 봤다. 지난 개봉작을 클릭하다 보니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이 나왔다. 돌프 룬드그렌이 아직 영화를 찍고 있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찍고 있었다. ‘다크 나이트’ 이후 잊힌 에런 엑하트도 열심히 찍고 있었다. 오우삼도 20년 만에 할리우드로 복귀해 무명 배우들과 영화를 찍었다. 제목부터 싸구려 티 나는 ‘사일런트 나이트’다.
나는 몰랐다. 돈 많은 사람들이니 일 없이도 편안하게 살고 있겠거니 했다. 편안하게 살지 않았다. 그들은 전성기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 영화를 만든다. B급 영화도 거절하지 않는다.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 지불해야 할 것들이 많다. 전처에게 보낼 양육비도 벌어야 한다. 혹은, 그것이 그가 해온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
나는 깨달았다. 괜찮은 어른은 젊음이라는 전성기가 끝났다는 사실을 빠르게 납득하고 하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브래드 피트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기껏해야 에런 엑하트다. 엑하트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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