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마운틴애시 거리에 서 있는 전설의 육상인 구토 니스 브란의 동상. 위키피디아. |
영국 웨일스 남부 사이넌(Cynon) 계곡의 쇠락한 탄광 마을 마운틴애시(Mountain Ash) 주민들은 매년 12월 31일 밤 특이한 송년 행사를 연다. 마을 중심가 약 5km 구간을 달리는 육상 경기 ‘노스 갈란(Nos Galan) 로드 레이스’다. 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이 타 지역서 온 아마추어 러너들과 함께 시합을 벌이는 동안 나머지 주민들은 모두 거리에 나와 그들을 응원한다. 대회 전후 다양한 잔치도 벌인다.
행사는 18세기 그 마을의 전설적인 육상인 구토 니스 브란(Guto Nyth Bran, 1700~1737)을 기리기 위해 1958년 시작했다. 날아가는 까마귀보다 빨리 달렸다는 전설의 주인공 구토(본명 그리피스 모건)는 여러 달리기 시합에서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 없었고, 잉글랜드에서 가장 빠른 선수와도 일대일 대결을 벌여 승리했다고 한다. 적수가 없던 그는 30세가 되기 전에 은퇴했지만 1837년 ‘프린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젊은 강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막대한 상금을 걸고 벌인 둘의 시합에서 그는 또 승리했지만, 심장에 무리가 갔던지 경기 직후 쓰러져 숨졌다고 한다.
웨일스는 16세기 이미 잉글랜드에 완전 합병돼 구토가 달리던 무렵엔 이미 고유문화와 정체성이 많이 흐려진 뒤였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누군가에겐 그의 존재가 절실했을지 모른다. 전설 속의 그는 어머니가 안친 가마솥 물이 끓기 전에 맨발로 달려 야생 토끼를 잡아왔다고 한다.
마운틴애시는 19세기 중엽 석탄 광산이 개발되면서 인구 유입과 함께 산업혁명의 세례를 입었지만 약 100년 뒤 광산업이 쇠퇴하면서 더불어 쇠락했다. ‘로드 레이스’가 탄생한 게 그 무렵이었다. 주민들은 올해도 섣달 그믐밤의 바람과 추위를 뚫고 구토처럼 달려, 질기게 따라오는 액운을 떨치며 새로운 희망을 향해 달릴 것이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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