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리반트 SC제형, ‘글로벌 빅3’ 릴레이 허가
투약시간 6시간→5분 단축…편의성 ‘혁명’
출시 전 330억 무상 공급…유한 정신 재조명
마일스톤 2.7억달러 확보, 수익은 R&D로
‘제2 렉라자’ 발굴 선순환 궤도 안착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글로벌 폐암 치료 시장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파트너 약물인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가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핵심 시장의 문턱을 모두 넘으면서다.
정맥주사 대비 투약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SC제형 장착을 완료함에 따라,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 렉라자 병용요법이 글로벌 표준 치료(Standard of Care)로 자리 잡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막대한 수익 창출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R&D 재투자로 이어지는 ‘성공 방정식’을 확고히 구축했다.
유한양행 본사 전경 [유한양행 제공] |
“6시간 주사를 5분에”… 글로벌 확장 기폭제 된 ‘SC 제형’
3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렉라자와 병용 처방되는 리브리반트 SC제형은 이달 16일 중국을 시작으로 18일 미국, 22일 일본에서 연이어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4월 유럽 승인에 이어 12월 한 달 새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3곳을 모두 뚫은 쾌거다.
이번 SC제형 승인은 단순한 제형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존 리브리반트 정맥주사(IV)는 투약에 약 6시간이 소요돼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이 컸다. 반면 SC제형은 이를 5분 내외로 단축시켜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최근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높은 권고 등급인 ‘카테고리 1(Category 1)’ 선호요법(Preferred)으로 등재된 바 있다. 강력한 항암 효능에 편의성까지 갖추게 되면서,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 대비 시장 침투 속도가 2026년부터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J&J 측은 이 병용요법의 연간 최대 매출을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일스톤만 3700억원… ‘K-블록버스터’의 재무적 파괴력
글로벌 시장 안착은 유한양행의 재무 구조를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기술수출 이후 현재까지 총 2억7000만달러(약 3700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일스톤 유입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9월 미국 상업화 개시로 6000만달러를 수령한 데 이어, 올해 5월 일본(1500만달러)과 10월 중국(4500만달러) 상업화까지 잇따라 성공하며 마일스톤 유입이 대폭 확대됐다.
여기에 매출 규모에 따라 발생하는 별도의 경상기술료(로열티)는 순매출액의 10% 이상으로 추정되어, 매 분기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돈보다 생명”…895명에게 희망 쏜 ‘330억 EAP’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 [유한양행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렉라자의 성공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국내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 전인 2023년 7월부터 약 6개월간 ‘조기공급 프로그램(EAP)’을 가동했다.
EAP는 시판 허가는 났지만, 보험 적용 전이라 약값이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동정적 목적으로 약물을 무상 공급하는 제도다. 유한양행은 인원 제한 없이 희망하는 전국의 2·3차 의료기관에 렉라자를 공급했다. 이 기간 혜택을 받은 환자는 총 895명으로, 당시 약가로 환산하면 지원 규모만 약 33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사가 보험 등재 전에 수백억 원 규모의 약물을 무상으로 푼 것은 국내 제약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한다’는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렉라자를 통해 증명됐다.
수익은 다시 R&D로…진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유한양행은 렉라자로 벌어들인 수익을 곳간에 쌓아두는 대신 과감한 미래 투자로 돌리고 있다. 최근 5년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유망 바이오텍의 기술을 도입(License-in)해 가치를 높인 뒤 글로벌 빅파마에 수출(License-out)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제2의 렉라자’ 후보들도 순항 중이다.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는 임상 1b상에서 탁월한 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했고, 고셔병 치료제 ‘YH35995’와 면역항암제 ‘YH32367’ 등도 임상 단계에 진입해 글로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성공 수익을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통해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렉라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K-바이오 전체의 생태계를 살찌우는 거대한 물결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