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부문 심사평
늘어난 응모작에서 형식 미달부터 내리니 심사 대상이 좁혀졌다. 최종 남은 ‘반납예정일’, ‘토스터 연습’, ‘벽의 탁본’, ‘빠가사리’, ‘프랙털’ 등을 거듭 읽으며 숙고에 들어갔다. ‘반납예정일’은 책에 감정을 엮어 기한과 반납이라는 나날의 성찰을 찬찬히 짚어냈고, ‘토스터 연습’은 토스터에 출근 전후의 표정을 이입하는 일상의 형상화가 산뜻했다. 벽에서 땜질과 묵은 때로 생의 단면을 톺아본 ‘벽의 탁본’과, 노가다 판에서 뻣센 뼈의 시간과 노역을 건져낸 ‘빠가사리’도 피상적 언술을 넘어서는 구체성이 돋보였다. 이들을 훌쩍 제친 등장은 ‘프랙털’(이수빈)이라는 발랄한 개성이었다.
이수빈 씨는 장식적 수사를 배제한 간명한 언어들로 밀도 높은 정형을 구축한다. 삶의 이면을 꿰는 사유의 감각적인 압축과 형식의 단단한 구조화는 모든 작품(8편)에서 고르게 나타난다. 형식에 매이지 않는 구(句)와 율(律)의 자연스러운 조율도 참신한 문장으로 이어진다. 간혹 어색한 구가 있지만, 각 수의 완결 속에서 시상을 한 편의 시조로 완성하는 정형 속의 고행을 잘 다져온 듯하다. ‘사는 건 계속해서 선을 긋는 일’이라는 자신의 통찰을 밀고 나가 ‘선에 갇히지 않는’ 시조로 새뜻을 세우길 기대한다.
정수지·시조시인 |
[정수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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