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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4 (일)

    [2026 신춘문예] 당선 번복되는 상상까지… ‘벼락작가’라도 된 듯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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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당선 소감

    조선일보

    김선준


    -1991년 광주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이다. 당선 전화를 받은 후 당선 소감을 제출하는 그 사이에 내가 교통사고 같은 모종의 이유로 사망하고, 신문사에서는 나에 대해 수소문하다 당선자의 죽음을 알게 되고, 내부 회의를 거쳐 그럼에도 당선작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선 소감은 공란인 채로(혹은 대리 소감과 같은 형식으로) 1월 1일 자 신문에 내보내지는 상상. 기쁠수록 불행을 상상하고 예비하는 것. 기쁨과 행복이 나의 운명일 리 없다고 여기는 것.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다.

    당선이 번복되는 상상은 몇 번 했다. 저희가 다시 회의해 봤을 때 김선준 님은 아직 작가가 되지 않으신 것 같아… 작가가 되지 않은 채로 작가가 돼버린 기분이다. 벼락부자나 벼락스타처럼 벼락작가라는 칭호도 있을까. 작가가 된 것에 벼락 정도의 단어를 붙여줄 것 같진 않지만.

    작가가 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퇴고가 끝나지 않아서이다. 아무리 퇴고를 해도 고칠 부분이 보였다. 1년 전 이 소설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끝나지 않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병이었다.’ 그런 문장을 쓰고도 오래 병을 앓았다. 지금으로선 등단이 병을 낫게 해주진 않을 듯하다. 다만 병치레를 하며 계속 글을 써나가도 괜찮다는 격려는 되었다. 그것이 특히 감사하다.

    지금의 소설에는 ‘긴 사랑’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실제로 내가 몸담았던 발달장애인 교육부서에서 쓰는 표현이었다. 작중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진 않았지만, 나는 그 공동체에서 긴 사랑을 경험했다. 누가 시키거나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오신 선생님들, 개인 사정으로 떠났다가도 잊지 않고 다시 돌아오시는 선생님들. 눈을 마주치지도, 대답을 해주지도 않지만 축축해지도록 내 손을 놓지 않고 있는 학생들.

    나는 그들만큼 길게 사랑할 수가 없어서 소설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긴 사랑으로 살아보겠다. 그것으로 소설을 쓰겠다.

    [김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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