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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공급 절벽'의 새해…주택 정책, 질문을 바꿀 때[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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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11월 서울 주택 분양은 한 건도 없었다. 2013년 통계 집계 이후 서울 주택 분양 건수가 ‘0건’이었던 적은 2022년 10월과 작년 2월, 3월 외에는 없었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서울 주택 보급률이 93.6%(2023년)로 주택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 절벽은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데일리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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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는 주택 공급 절벽이 더 현실화할 전망이다. 이데일리가 지난 달 24일부터 29일까지 부동산 전문가 1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1명이 올해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로 ‘주택 공급 부족’을 꼽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1만 387가구로 작년 대비 24.3% 감소한다. 2014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젠 주택 공급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에선 민간 건설 경기의 부침이 심하다는 이유로 공공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춰왔다. 공공주택은 전체 주택 공급의 고작 10%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누적으로 주택 착공 가구 수 중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11.6%였다.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은 10%만 보고 달리는 셈이다. 전체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민간 건설사의 주택 공급을 결코 등한시해선 안 된다. 민간 건설사가 택지를 확보해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하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이유다.

    공공·민간 구분 없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좁은 땅 덩어리에 켜켜이 쌓여 있는 아파트를 밀어내고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주택 공급의 개념을 확장해 기존 주택 매물의 ‘공급’을 외면해선 안 된다.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고 거래가 회전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6.27, 10.15 수요 억제책으로 거래 자체를 막아놨다. 국토부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4395건으로 8월(4154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6억 원으로 줄이고, 서울 전역 및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기존 주택 매물이 잠긴 영향이다.

    그렇다고 집값이 하락한 것도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작년 11월까지 8.0% 상승했는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6월 이후로만 보면 6.0% 올랐다. 작년 상승분 대부분이 이재명 정부 집권 이후 나타났다는 얘기다. 현금 등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만 시장에 남으면서 오히려 가격이 떠받쳐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수요 억제 정책의 부작용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시장의 예상보다 좀 더 강력하고 세게’ 규제하는 정책을 택했으나 오히려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력한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더 센 정책 수단도 마땅치 않다.

    늘 그렇듯이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신규 주택 공급이 용이하지 않다면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와 거래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 주택 정책의 질문을 바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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