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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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뉴스) 이병훈 기자 = 전세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임차인들은 흔히 "만기일 다음날부터 지연이자가 자동으로 붙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기일 경과만으로 지연이자가 곧바로 시작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핵심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임차주택 인도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이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아직 집을 비우지 않았거나, 열쇠·출입카드 등을 쥔 채 점유를 유지하고 있다면, 임대인은 "인도부터 해달라"는 취지로 동시이행 항변을 내세울 수 있고, 그 순간 지연이자 청구의 출발점이 흔들린다.
3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보증금 반환 분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착각은 '만기일=지연이자 시작일'이라는 공식"이라며 "실제 재판에서는 임차인이 인도를 완료했는지, 또는 최소한 인도를 하겠다는 이행제공이 특정됐는지가 먼저 정리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행제공'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임차인이 "언제든 나가겠다", "열쇠는 나중에 주겠다"는 식으로 포괄적으로 말해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인도 제공이 인정되려면 통상 날짜·방법·장소가 특정돼야 분쟁이 줄어든다.
예컨대 퇴거일을 정해 "○월 ○일 ○시, 현장 입회 후 열쇠를 인도하겠다"는 방식으로 통지하고, 실제로 그 시간에 인도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남아야 한다. 그래야 임대인의 "받을 준비가 안 됐다", "그날 못 나간다"는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지연이자 기산점을 고정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이 이미 이사를 갔다고 해도, 짐이 남아 있거나 비밀번호·출입카드·열쇠 인도가 지연되면 '점유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공방이 생긴다"며 "지연이자 자체가 전부가 아니라, 결국 소송에서 기준일이 흔들리면 청구액과 주문 설계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무에서는 그래서 '증거를 먼저 고정하는 작업'이 중요해진다. 퇴거 당일 사진·영상, 관리사무소 확인, 계량기·공과금 정리 자료, 열쇠 인도 방식(직접 전달·등기·보관장소 지정) 등을 체계적으로 남기고, 이행제공은 문자·카톡에만 기대기보다 내용증명 등으로 문구를 정리해두는 쪽이 안전하다. 특히 임대인이 인도 자체를 회피하거나 "지금은 못 받는다"고 버티는 유형이라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인도 제공을 '시도했다'는 기록이 중요한 방어선이 된다.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 분쟁에서 임차인이 챙겨야 할 1순위는 '상대의 변명'을 줄이는 게 아니라 기준일을 스스로 고정하는 것"이라며 "만기일만 붙잡고 기다리면 이자도, 회수 전략도 늦어진다. 퇴거·열쇠 인도·이행제공을 문서와 기록으로 먼저 묶어두는 순간부터 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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