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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5 (월)

    "3조원으로도 못산다"…사막 위 AI 요새, 변전소에 숨은 '5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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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기획 - 일렉코노미(Eleconomy)]<상편>⑤

    [편집자주] AI(정보기술)가 세계 기술 패권을 재편한다. 탄소중립은 산업과 생활 전반을 뒤흔든다. 두 흐름의 출발은 달랐지만 결국 '전기(Electricity)'라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다. 이 '전력의 역설'이 'AI-전력-자본'의 3각축을 불러왔다. '일렉코노미(Eleconomy)'다. 일렉코노미 시대, 아름다운 '에너지 믹스'와 '국가 전략'을 고민해본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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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5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도심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웨스트 조던 사막. 황토빛 대지 위에 압도적인 규모의 인공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동 중인 건물과 건설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는 현장이 뒤섞인 이곳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문기업 노바(Novva)의 캠퍼스다.

    언뜻 물류센터 창고 같다. 직접 보기 전까진 사막 위에 데이터센터가 있을 것이라 상상하기 어렵다.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서버를 식히려면 물이 풍부한 곳이어야 한다는 게 업계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바는 이단아로 불린다. 그들은 사막 한복판에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짜리 '인공지능(AI) 요새'를 지었다. 물 한 방울 쓰지 않는 공랭식 냉각 시스템과 로봇 보안 체계를 도입했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곳에 깃발을 꽂으며 운영 비용까지 획기적으로 낮췄다.

    하지만 월가가 노바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핵심 자산은 화려한 서버실도, 첨단 냉각 시스템도 아니다. 센터 부지 한쪽에서 웅웅대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고압 변전소가 월가의 관심을 온몸에 받는다.

    노바 CEO(최고경영자) 웨스 스웬슨은 AI 열풍이 불기 전, 전력회사와의 끈질긴 협상 끝에 175㎿(메가와트) 규모의 전력공급 확약서(LSA)를 따냈다. 이 종이 한 장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 JP모건과 스타우드 캐피털이 지난해 3월 노바에 20억달러를 베팅한 배경이다. 그들은 변전소가 상징하는 '전력망 선점'을 샀다.

    전력회사에 신청만 하면 전기를 쓸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175㎿급 전력을 받으려면 수년에 걸친 영향 평가를 먼저 거쳐야 한다. 허가가 나도 문제다. 송전 선로를 설계하고 핵심 부품인 초고압 변압기를 확보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결국 본질은 시간이다. 전 세계적 인프라 수요 폭증으로 대형 변압기 1대를 설치하는 데만 평균 3~4년이 걸린다. 송전탑을 세우고 변전소를 완공해 실제 전기가 흐르기까진 최소 5~6년이 소요된다.

    노바가 확보한 175㎿는 단순한 전력량이 아니다. 남들이 설계도를 그릴 때 이미 5년 전부터 부지를 매입하고 전력망을 연결했다는 '미래 수익 증명서'다. 24시간 가동이 필수인 AI 서버에 전기를 우선 공급받을 권리,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진입 장벽이 됐다.

    현장에서 만난 인프라 전문가는 단언했다. "지금 유타주 사막 금싸라기 땅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서도 전기를 받는 건 2030년 이후다. 노바가 선점한 건 전기가 아니라 5년이라는 시간이다."

    '시간의 가치'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노바는 2023년 완공된 1단계 시설 전체를 글로벌 빅테크 한 곳에 통째로 임대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비공개 계약이라 사명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는 유타주를 거점으로 AI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을 유력한 파트너로 지목한다.

    JP모건이 베팅한 20억달러는 현재 확장 공사에 투입 중이다. 각각 72㎿ 규모의 건물 2개 동이 2026년 들어선다. 노바 유타 캠퍼스는 총 175㎿ 전력을 쓰는 세계 최대급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거듭난다.

    노바의 사례는 AI 시대의 승부처가 알고리즘이 아닌 '전력 주권'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자본은 더 이상 '똑똑한 두뇌'에만 투자하지 않는다. 그 두뇌를 24시간 깨어있게 할 전력, 그리고 그 전력을 남보다 먼저 확보한 시간을 쥔 자가 월가의 선택을 받는다.

    유타 사막의 고압 변전소는 전기가 구심점인 새로운 경제 질서, '일렉코노미(Eleconomy)'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석유가 지배하던 20세기가 저물고 있다. 전력망이라는 '보이지 않는 국경'을 먼저 선점하는 자가 21세기 AI 주권을 쥔다.

    유타(미국)=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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