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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기고] 나도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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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매일

    요즘 서울에 사는 손자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손자의 재롱을 지켜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 이미 예술가가 아닐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노래를 흥얼거리고, 연습한 적도 없는데 기타를 튕기며 몸을 흔들고, 종이 한 장만 있으면 세상을 그려낸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이 아이가 훗날 전문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을 즐기며 살아가게 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현재 학교교육은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

    기초학력은 기본이고, 진로역량과 디지털 소양, 인성까지 고루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역량의 뿌리에는 공통된 힘이 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힘, 타인과 협력하는 힘이다.

    교육문화원에서 근무하며 현장을 지켜본 결과, 이러한 힘은 교과서의 정답을 통해서보다 예술 활동 속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학교 예술교육은 잘 연주하고, 잘 그리는 교육보다는 자기 생각을 세상 밖으로 꺼내 보는 연습이며 실수해도 괜찮다는 경험이고, 다른 사람의 표현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 예술교육의 현실은 종종 변두리 과목으로 취급되며 시간표의 가장자리에 놓여 왔다.

    입시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과를 수치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충북교육청이 추진하는 나도 예술가 정책은 학생 예술교육을 중심에 놓으려는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예술을 일부 재능 있는 학생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모든 학생의 배움 과정으로 확장한다는 데 핵심이 있다.

    교실 안에 머물던 예술을 학교 전체로, 지역으로, 일상으로 넓혀 학생 누구나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다만 정책이 현장에서 더욱 단단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예술 활동이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도록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교사의 예술교육 역량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 문화예술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 밖 배움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술교육은 결과보다 과정을 남긴다.

    상장보다 친구와의 추억을 남기고, 점수보다 태도를 남긴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태도는 새로운 문제 앞에서도 다른 길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정답을 가장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씨앗은 대개 음악실과 미술실, 무대 뒤에서 조용히 싹튼다.

    학생의 창의력 신장과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예술교육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언젠가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요.

    그래도…나도 예술가거든요." 서종덕 충북교육문화원장 예술가,예술교육,충북교육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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