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열대의학교실’ 진한나 씨
‘한국의 슈바이처’ 꿈꾸며 열대의학 공부
서민 교수 이후 30년 만에 열대의학 후계자
“韓, 기생충 극복했지만 여전히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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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만 해도 한국인 10명 중 8명의 장내에서 기생충이 발견됐어요. 지금은 찾기 어려워졌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열대질환이 유행하기 쉬운 환경이 된 만큼 기생충 연구는 이어져야 합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진한나(38)씨의 수식어는 ‘서울대 의대의 보배’이다. 의대 학부 출신으로는 30년 만에 서울대 의대 기초의학교실인 ‘열대의학교실(기생충학교실)’의 명맥을 잇는 후계자가 됐기 때문이다. 진 씨의 전임자는 ‘기생충 박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이다.
진 씨는 어린 시절부터 ‘밀림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처럼 아프리카·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를 꿈꿔 왔다. 열대의학교실은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감염병과 기생충을 연구한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인 까닭에 신약 연구·개발이 늦어져 소외열대질환(NTDs)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학부 졸업 후 해외로 나가 바쁜 일상을 보내던 진 씨의 전환점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진 씨는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국으로 귀국해 박사 과정을 밟게 됐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기생충 감염이 일상이던 빈곤국이었다. 1971년 제1차 전국 장내 기생충 감염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84.3%였을 정도다. 이제는 한국인의 체내에서 기생충을 찾기 어려워졌지만 지구 온난화가 지속돼 말라리아 같은 열대질환이 점점 유행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는 것이 진 씨의 설명이다.
진 씨는 다음 달 가나로 출국한다. 현장에서 직접 개발한 주혈흡충 감염 진단키트의 시제품을 실험해본 뒤 WHO의 소외열대질환 진단기기로 등록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진 씨는 진단키트에 대해 “비싼 장비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파워뱅크로 전원을 공급한 뒤 소변을 확보하면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어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진 씨는 의사과학자 제도와 현장의 괴리를 전하기도 했다. 진 씨는 “정부 지원이 끝나 현재 체재비와 연구비를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 아프리카로 떠나야 하는 경우에도 출장비가 한정되어 있어 연구자가 이를 쪼개어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가난하고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며 인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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