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전 레슬링선수 심권호(53)가 초기 간암을 고백했다. 자신이 모태솔로라고 밝힌 심권호는 외로움을 술로 달랜다고 밝힌 바 있다./사진=TV조선 '조선의 사랑꾼' 방송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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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심권호(53)가 간암으로 진단받은 사실이 공개돼 충격을 준다. 전날(2일) 방영된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서 심권호는 출연진에게 간암 초기로 진단받았다고 고백했고, 제작진에게는 수술 후 회복 중인 사실도 알렸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된 2월2일은 공교롭게도 '간암의 날'이다. 은퇴 이후에도 줄곧 운동으로 단련했던 그가 간암을 피할 수 없던 이유는 뭘까.
3일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박예완 교수는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상당수의 간세포가 파괴될 때까지도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며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적다 보니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비로소 통증이나 이상 증상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암은 폐암·췌장암과 함께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암 중 하나로 꼽힌다.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2019~2023년 새롭게 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0.4%로 과거 2001~2005년(20.6%)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발생한 모든 암 환자의 생존율(7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은 치명적인 암이다.
간암이 생기는 과정. /자료=대한간암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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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은 간세포가 오랜 기간 염증과 손상을 반복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생기는 종양으로 변하는 질환이다. 간암의 흔한 원인은 △만성 간질환(B형·C형 간염 등) △지속적인 과음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이다. 실제로 간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진단 시점에 이미 B·C형 간염, 간경변, 지방간 등의 간질환을 이미 앓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유수종 교수는 "이런 간질환은 복수, 출혈, 간성 혼수(의식 저하)와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간암 치료 과정을 더 까다롭게 만든다"고 했다.
간암 환자의 약 80%에서는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이 먼저 발병한다. 박예완 교수는 "바이러스성 간염, 과음, 각종 독성 물질 등으로 간세포가 계속 손상당하면 만성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종양 관련 유전자와 신호 경로가 바뀌어 간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앞서 심권호도 간 초음파 검사에서 간경변 소견과 함께 '검은 혹'이 있다는 주치의의 판독 결과를 들었다. 주치의는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권장했지만, 당시 심권호는 검진을 거부하고 병원을 떠났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는 "최근 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제 확산으로 바이러스성 간암은 줄었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과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이 새로운 간암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년층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 잦은 회식 등으로 지방간이 쉽게 생기며, 이 중 일부가 염증과 섬유화를 거쳐 간암으로 이행할 수 있다.
지난 2일 방송에 따르면 심권호(53)가 초기 간암 진단 사실을 고백했다. 며칠째 연락 두절됐던 심권호는 "혼자 아니면 이렇게 술 안 먹는다. 그런데 혼자 있으면 외로움이 확 온다. 또 그저께 순간적으로 외로움이 확 왔다. 회복이 잘 안된다"고 털어놨다./사진=TV조선 '조선의 사랑꾼' 방송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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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초기에는 특별한 이상을 느끼기 어렵다. 간에서 증상이 나타날 땐 이미 병이 3기 이상으로 상당히 진행한 경우가 많다. 간암 3~4기에 이르면 체중 감소, 오른쪽 윗배 통증, 피로감, 식욕 저하, 황달(눈 흰자위가 누레짐), 복부 팽만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박예완 교수는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없을 때 검사하는 것이 간암 관리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간암의 고위험군인 만성 B형·C형 간염, 간경화 환자는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마다, 과거 간염 이력이 있거나 지방간이 있는 경우에는 1년에 한 번씩 초음파와 혈액 검사(혈청 알파태아단백검사) 두 가지를 '모두' 받는 게 권장된다. 초음파만으로는 작은 결절을 놓칠 수 있고, 혈액 검사만으로는 수치가 정상인 암을 놓칠 수 있어서다.
간암의 위험 요인인 과음을 피하고, 간염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 효과를 일평생 유지할 수 있으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C형 간염은 감염 경로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특히 타투(서화문신), 반영구 화장(미용문신), 피어싱을 각별히 주의하고, 면도기·손톱깎이 등 개인 위생용품 공유를 삼가야 한다.
간암 최신 치료법으로 항암제가 담긴 작은 구슬을 주입하는 약물방출 미세구 색전술, 방사선을 내뿜는 작은 구슬을 이용한 방사선 색전술이 도입됐다. 부작용을 줄이고 암세포를 더 정교하게 공격할 수 있다. /자료=서울대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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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간 건강을 지키는 기본 원칙은 금연과 절주다. 음주 후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2~3일 금주 기간을 가져 간의 회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과체중, 복부 비만은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간암을 막으려면 탄수화물과 기름진 음식 섭취는 줄이되 생선·계란·두부·살코기 등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챙겨 먹어야 한다.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을 병행해 근육량을 유지하면 지방간을 막아, 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 된다.
완치 판정받은 간암 환자 가운데 5년 내 절반 이상이 재발을 경험한다. 간암 세포가 제거된 후에도 간 자체의 질환 상태가 지속되면 새로운 간암이 다시 발생할 수 있어서다. 유수종 교수는 "최근 만성 간질환 치료제와 간암 치료 전략의 발전으로 간암 치료 성적은 개선됐지만,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평소 간 건강을 지키는 습관을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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