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한국인의 혈당 건강이 위협받는다.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당뇨병 유병자는 533만명이며, 당뇨병 전(前)단계에 속한 사람만 1400만명으로 집계됐다. 혈당 고위험군만 2000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전문의들은 이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계절이 바로 '겨울'이라고 경고한다. 유독 겨울에 혈당 조절하기 힘든 몇 가지 이유가 있어서다. 겨울철 혈당이 상승하기 쉬운 이유와 혈당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당뇨병 환자가 겨울철 피부를 건조하게 방치했다간 당뇨발(당뇨병성 족부 병변) 발생 위험을 높인다. /사진=서울아산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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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독감→ 스트레스 호르몬→ 혈당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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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고위험군은 겨울철 감기·독감에 걸리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교수는 "감기·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면 혈당·혈압이 높아진다"며 "게다가 감기약·해열제에 포함된 스테로이드 성분이 인슐린의 작용·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피네프린'이란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당이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스트레스를 더 오래 받으면 부신 피질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나오는데, 이게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면서 혈당 조절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가 감기·독감으로 약을 처방받을 때 의사에게 당뇨병 환자임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혈당 고위험군은 감기·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식사, 독감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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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활동량 줄면서 체중 늘면 혈당 조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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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은 추위 탓에 바깥으로 나가는 대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체 활동량이 줄기 쉽다. 또 바깥에서 장 보고 조리해 먹는 대신, 배달음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느는데, 이런 배달음식에 고칼로리 메뉴가 많다는 점에서 겨울에 체중과 함께 체질량지수(BMI)가 늘기 십상이다.
다수 연구에 따르면 남녀 모두에서 체질량지수가 증가할수록 제2형 당뇨병의 유병률도 함께 높아진다. 체질량지수(정상은 18.5~23)가 35를 넘으면 당뇨병 발생률이 정상 체중일 때보다 6~10배 증가한다. 또 고칼로리 배달음식엔 포화지방과 당분이 많은데, 혈당 고위험군이 포화지방과 당분을 반복해 과량 섭취할 경우 혈관에 부담을 줘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혈당 조절력이 떨어진다.
당뇨병 전 단계이거나 당뇨병 발병 초기에 체중을 감량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완화해 혈당 조절력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을 보존해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혈당 고위험군은 겨울철 체지방이 늘지 않도록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저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을 챙겨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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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수축→눈에선 당뇨망막병증, 발에선 당뇨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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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기온이 떨어지면서 혈관·신경·근육이 위축되고 신체의 혈액순환이 저하된다. 또 신체 활동량이 줄고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식욕이 늘어나 체중이 증가하기 쉽다. 게다가 사계절 중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가장 짧은 겨울철엔 일조량이 줄면서 비타민D가 부족해지기 쉽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문상웅 교수는 "이런 요인들은 혈당 상승을 초래하고 당뇨병을 악화해, 결국 겨울철 당뇨망막병증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이유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 합병증이다. 망막은 아주 예민하고 얇은 조직이기 때문에 약간의 출혈로도 큰 타격을 받는다.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은 망막 모세혈관에 손상을 입히고, 망막 전반에 허혈 손상을 일으킨다. 출혈 이후 혈액 성분이 망막으로 유출돼 부종이 생기고, 신생혈관도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실명될 수도 있다.
이에 특히 겨울철엔 당뇨망막병증의 전신 위험 인자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문 교수는 "당뇨병 초기에 혈당 조절·혈청 지질(脂質) 조절·혈압 조절·금연 등 당뇨병을 악화할 수 있는 위험 인자부터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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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는 겨울철 발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습도가 낮은 겨울철엔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건조하게 만드는 데다, 추위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면서 발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기 쉽다. 이는 발에 궤양이 생기는 당뇨발(당뇨병성 족부 병변)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당뇨병 환자의 19~34%는 평생 한 번 이상은 발 궤양을 경험한다. 이 중 절반 이상에서 감염이 발생하며, 감염된 궤양 환자 5명 중 1명은 절단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
이들은 발 피부가 건조할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건조해 피부가 갈라지면 상처가 잘 나고, 이로 인해 당뇨발이 발생·악화할 수 있어서다. 목욕·샤워 후 발등·발바닥에 보디로션이나 올리브유·바셀린 등을 발라 피부 표면에 인공 기름 막을 만드는 방법이 권장된다. 당뇨병 환자는 발을 항상 깨끗이 관리하고 발이 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 찜질방에 갔다면 발에 화상을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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