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오는 9일까지 집중 포획 실시
감염원 ‘해외 유입’ 확인됐지만
개체수 조절·선제 방역 위한 조치
서식지 이탈 땐 외부 감염 우려도
전남 전역의 산줄기는 최근 총성으로 요란하다. 살기 위해 내달리는 야생 멧돼지와 포위망을 좁혀가는 엽사들의 추격전이 벌어지는 탓이다.
관내 초유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이라는 위기를 맞은 전남도가 질병의 주요 매개체로 지목되는 멧돼지와의 ‘전쟁’에 나섰다.
5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영광의 한 돼지농가(종돈장)에서 ASF가 확진된 뒤 방역 차원에서 멧돼지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가 공문을 내려보내 22개 시군에 투입한 엽사는 무려 61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3일까지 일주일 새 멧돼지 118마리가 사살됐다.
전남도가 대대적인 멧돼지 소탕에 나선 이유는 초기 대응이 미진할 경우 ASF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은 직전까지 ASF가 창궐한 적이 없는 청정지역이었다.
ASF는 감염 시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이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한 번 유입되면 지역 양돈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방역당국도 “초기 대응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지난 2일 전북의 한 양돈농가에서도 ASF가 지역 내 처음 발병했는데, 전파원이 영광의 종돈장으로 지목됐다. 지난 4일에서는 경남에서도 2019년 이후 처음으로 ASF가 발병했다. 방역당국은 ASF 위기 경보를 지난 1월17일부터 전국적으로 ‘심각’ 단계로 유지 중이다.
다만 전남도가 대응에 나선 이후 영광에서 발병한 ASF의 경우 감염원이 관내 서식하는 멧돼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영광 농가에서 검출된 ASF 바이러스는 ‘해외 유입형’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는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오는 9일까지 집중 포획을 이어갈 방침이다. 멧돼지가 그동안 농작물 피해의 ‘주범’으로도 꼽혀 왔고, 농가들 사이에서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된 점을 감안한 조치다.
전남도 관계자는 “감염 경로와 별개로 멧돼지는 고위험 매개체이자 유해 야생동물”이라며 “이번 기회에 서식 밀도를 낮춰 잠재적 불씨를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선제 방역 차원이든 유해 동물 개체수 조절 차원이든 과도한 멧돼지 포획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된다.
전남에 서식 중인 야생 멧돼지에서는 여태껏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없다. 이에 반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 자료 등을 보면 멧돼지는 총성 등 위협을 감지하면 이동 반경이 평소보다 최대 10배가량 넓어진다. 멧돼지들이 기존 서식지 범위를 넘어 이탈하면서 타 지역 멧돼지들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기존 멧돼지 개체수가 줄면서 오히려 외부 개체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후에너지환경부도 ASF 대응 지침에서 야생 멧돼지 방역 시 ‘포획용 틀’과 ‘차단 울타리’ 설치를 우선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총기 이용 포획도 물론 가능하지만, 차단 울타리나 포획용 틀 같은 정적인 수단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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