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30인 국가대표 명단 발표
주장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류지현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이 WBC 대표팀 명단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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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 30명이 6일 발표됐다. 류현진(39·한화)을 필두로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27·LA 다저스) 등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험자들이 이름을 올렸고, 김도영(23·KIA), 안현민(23·KT) 등 KBO(한국야구위원회)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젊은 타자들도 합류했다. MLB에서 뛰고 있는 한국계 선수도 4명 포함됐다.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나이나 소속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가장 경쟁력이 있는 선수로 구성했고, 주요 팀에 맞춰서 투입될 수 있는 포지션별로 구성했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WBC 1차 라운드에서 주요 상대가 될 수 있는 일본·대만을 상대로 구성했다”고도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계 선수로는 야수 자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과 투수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4명이 태극 마크를 달고 WBC에 뛰게 됐다. 2023년 토미 현수 에드먼(다저스)의 합류 이후 대표팀의 외연은 더 넓어졌다. 내야수 셰이 휘트컴, 유틸리티 저마이 존스까지 포함되며, 얇아진 내야 뎁스를 보완했다. 류 감독은 “존스와 위트컴은 리스트 위에 있던 선수들이고,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참가 의사를 표명했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태극 마크를 다는 건 영광’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오키나와부터 합류하지는 못하지만, 팀에 들어오면 대표팀 전체에 좋은 에너지와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명단의 가장 큰 특징은 마운드 보강과 선수 구성의 다변화다. 2023년 대회에서 대표팀은 평균자책점 7.55로 무너졌다. 일본전 4대13 대패를 포함해 투수력의 격차가 결과로 직결됐다. 류현진을 중심으로 곽빈(27·두산), 원태인(26·삼성), 고영표(35), 소형준(25·이상 KT) 등 국내 선발 자원과 고우석(28), 조병현(24·SSG), 박영현(23·KT) 등 불펜 핵심이 포진했다. 여기에 라일리 오브라이언, 데인 더닝 등 한국계 메이저리거가 가세했다. 특히 더닝은 빅리그 통산 100경기 이상을 선발로 소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야구 국가대표팀 류현진(왼쪽부터), 노경은, 김혜성이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1차 전지훈련을 위해 사이판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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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변수도 있다. 강속구 유망주 문동주는 어깨 통증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류 감독은 “문동주는 가장 강한 스피드와 안정된 투구를 할 수 있는 선수라 기대를 했고, 1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에 전략적으로 쓰겠다는 계획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문동주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류 감독은 “(한화 구단에서) 지난달 30일 오전 연락이 왔다. 첫 불펜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교감을 해왔고 2월 1일 22개 불펜을 들어간 것도 확인했고 영상도 봤다. 그때까지는 통증이 조금 사라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4일 오전 다시 불펜에 들어가려 했는데 컨디션도 별로였고, 던지면서 30일보다 통증이 더 세게 왔다고 연락이 왔다. 적어도 5일에서 일주일은 쉬어야 한다는 판단이었고, 대표팀 입장에선 3월 5일 기준으로 정상적인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야수진은 이정후–김혜성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과 김도영, 노시환, 문보경 등 장타·출루를 겸비한 내야 자원이 중심이다. 김도영은 2024년 KBO 최초 최연소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운 선수다. 2025년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대표팀은 그의 타격 에너지와 주루 능력을 국제 무대 변수로 봤다.
또 유격수 김하성(31·애틀랜타 브레이브스), 3루수 송성문(30·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내야 구상은 크게 흔들렸다. 류 감독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김하성과 송성문의 합류였다”면서도 “플랜 A만 생각한 게 아니라 B, C까지 준비했다. 준비된 선수들로 내야 구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 유격수 운용에 대해서도 류 감독은 “김주원을 주 유격수로 생각하고 있고, 게임 상황에 따라 위트컴도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류 감독은 “9월에 시즌 끝나기 전에 미국 출장을 가서 한국계 선수, 해외파 선수를 만나고 왔는데 그때 위트컴을 직접 만났다. 유격수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며 “대학 때부터 유격수로 뛰었고 2023년에도 유격수로 뛰었다. 이후 출전 횟수는 줄었지만 연습 과정도 확인했고, 변수 시 위트컴을 생각해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투수 활용 구상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류 감독은 오브라이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마무리 투수로 생각하고 있다. 마무리 이전에 7~9회 사이 팀이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위기이거나 필요한 시기가 있다면 그 시기에 투입시킬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더닝에 대해선 “이번 대회 규정상 투구 수 제한이 있어서 한 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2~3명 필요한 경기가 있을 수 있다. 더닝은 선발과 불펜 모두, 65구 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류현진과 노경은(42·SSG)을 뽑은 이유도 경험이었다. 류 감독은 “11월 평가전이 끝난 뒤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필요하겠다’는 확신을 가졌다”며 “우리 나이로 많은 건 분명하지만 2025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회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경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위원장도 “나이에 관계없이 경험과 기술을 갖춘 선수들이다. 류현진은 선발형, 노경은은 중간형으로 앞뒤에서 대표팀 마운드를 끌어줄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는 이정후가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출국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MLB)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이정후는 지난해에는 1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 8홈런, 55타점, 10도루, 7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35의 성적을 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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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류 감독은 주장 선임을 직접 밝혔다. 류 감독은 “이정후에게 주장을 맡긴다”며 “한국계 선수들과 해외파 선수들이 포함돼 있어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이정후는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해 가장 앞에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9월에 주장에 대한 교감도 했고 흔쾌히 맡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C조에서 일본, 대만, 호주, 체코와 맞붙는다. 도쿄돔에서 열리는 조별 리그에서 최소 2위 안에 들어야 8강이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로 향할 수 있다. 일본이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대만·호주전이 사실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류 감독은 “첫 목표는 2라운드 진출”이라며 “야구 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모든 분께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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