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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조용헌 살롱] [1531] 강남 아파트를 떠받치는 세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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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지난 13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온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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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의 잉카문명에서 중시한 세 동물은 뱀, 퓨마, 콘도르다. 뱀은 땅속의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동물로 여겼다. 퓨마는 지상의 세계다. 지상의 동물 중에서 퓨마를 이기는 동물은 없다. 하늘을 관장하는 동물은 콘도르다. 독수리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게 콘도르이다. 양쪽 날개를 펴면 3m에 달하고 체중은 15kg에 육박할 정도다.

    뱀이 상징하는 것은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 내지는 무의식의 세계다. 수천 년간 페루의 샤먼들이 복용했고 지금은 환자의 정신 치료를 위해 쓰이기도 하는 아이와스카(Ayahuasca). 환각식물 추출물이다. 샤먼들이 아이와스카를 복용하고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서 공통적으로 보는 동물이 바로 뱀이다. 인간 무의식의 가장 심층에 뱀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왜 뱀이 나타난단 말인가? 우주적 뱀(cosmic serpent)이라고 해야 되는가?

    갑자기 잉카의 신화적 동물을 꺼낸 이유는 한국의 부동산이 지닌 다층적 측면 때문이다. 부동산은 매우 심오하고 다차원적 문제다. 그중에서도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는 뱀, 퓨마, 콘도르가 복합된 삼종세트로 보인다. 뱀인 이유는 가장 깊은 소유욕을 상징하는 탓이다. 한국인은 삼국시대 이래로 집을 갖고 농토를 소유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뿌리깊은 숙원이었다. 뱀은 또한 건설업을 상징한다. 한국 경기침체의 가장 밑바닥 땅속에는 건설업이 자리 잡고 있다. 뱀이 죽으면 건설업도 죽는다.

    지상의 챔피언인 퓨마는 돈을 벌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재테크’를 상징한다. 퓨마는 사냥감을 노리는 그 집요함과 잠복하고 기다리는 인내력, 그리고 스피드가 압권이다. 재테크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날쌔게 물어뜯는 퓨마와 같다. 그동안 강남 아파트는 가장 효과적이고 짭짤한 재테크를 달성하였으므로 퓨마의 본능을 충족시켜 주었다. 퓨마 아파트 앞에 장사 없다.

    하늘의 제왕인 안데스 콘도르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에도 나온다. ‘엘 콘도르 파사’. 콘도르는 사람이 죽으면 그 시체의 살점을 물고 하늘로 날아간다. 강남 아파트는 콘도르가 지배하는 하늘의 영역이다. 한국에서 “나 성공했다”는 종교적 구원 또는 성취감을 상징한다. 이집트 가자의 대피라미드를 ETF로 분할해서 소유한다는 의미와 같다. 콘도르는 이승에서 하늘나라로 인도해 주는 가이드다. 지난 정권에서 이 콘도르를 잘못 다뤘다가 저승으로 인도된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 부동산을 잡는다는 것은 뱀, 퓨마, 콘도르를 모두 잡는 일이다.

    [조용헌 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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