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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사설] 한국에서만 벌이는 러시아 망동, 원칙 없는 외교 탓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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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2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건물 외벽에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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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 건물에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란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을 앞두고 건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불법적 전쟁에 대한 입장을 대사관 벽에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러시아 대사관은 이를 무시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일본, 프랑스는 물론 공산권 국가인 중국, 베트남에서도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걸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이었다면 큰 외교 문제가 됐을 사안이다. 앞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국 기자들 앞에서 “러시아는 북한군이 쿠르스크 남부를 해방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모르지 않는다”며 “북한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을 적국으로 둔 한국은 과거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침략을 받았고 지금도 북핵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북한 청년들은 사지에서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 이런 나라에 주재하는 러시아 대사가 한국에서 침략 전쟁을 찬양하는 것도 모자라 이에 동참한 북한군에 감사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외교 행위가 아니라 일부러 주재국을 자극하고 모욕하는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나토 가입국이 자금을 모아 미국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우크라이나 우선 지원 목록(PURL)’에 한국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주도의 이 프로그램엔 32개 나토 회원국 이외에도 나토 파트너국인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이 참여를 결정했다. 같은 파트너국인 한국은 일본처럼 비살상 무기 구매에 한정해 참여를 검토 중이다. 미국과의 동맹 때문만이 아니라 향후 미국과 나토 국가들과의 방위 산업 협력을 위해서도 참여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다른 파트너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참여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직 참여 검토 단계인 한국에 대해 갑자기 보복 운운하면서 공개적으로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는 데에는 북한과의 추가 군사 협력 등 러시아의 외교·군사적 음모가 깔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러 눈치를 살피는 한국 정부의 원칙없는 외교가 자초한 일이다. 한국을 상대로는 무슨 짓을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선 엄두도 못 낼 오만방자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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