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지정학적 불안에 투자심리 냉각
트럼프 전 회귀…‘디지털 금’ 지위 붕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표시되어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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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2만달러를 훌쩍 넘겼던 비트코인 가격이 4개월 만에 6만2000달러 선으로 반토막 나며 ‘디지털 금(金)’의 위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전 시세로 회귀하며 트럼프 효과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시장 내 유동성을 거두는 양적긴축 우려가 드리운 가운데 글로벌 정세 불안, 디지털자산 입법 지연이 맞물리며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에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수단이나 금의 대체제로 매력도 상실했다는 평가다.
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5시 55분 6만2473달러(약 9200만원)까지 떨어지며 2024년 10월 이후 16개월 만에 1억원 선이 무너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형성한 6만7000달러대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8시 40분 기준 전일 대비 13.37% 하락한 6만3485달러를 나타냈다. 주간 기준으로는 24.91% 하락한 가격이다.
비트코인이 무너지면서 시가총액 상위 디지털자산인 이더리움·리플(XRP)·솔라나의 하락폭은 더 크다. 이들 디지털자산 모두 주간 수익률 -30%대를 기록했다. 디지털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2조1900억달러로 지난해 10월 최고 규모(4조2800억달러) 대비 48.83%가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7일 최고가(12만4752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2018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기록한 6개월 최장기 부진 이후 두 번째로 긴 침체기다. 기관 자금은 4개월째 순유출되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지난해 ▷10월(-34억8000만달러) ▷11월(-10억9000만달러) ▷12월(16억1000만달러)에 이어 1월도 2억5507만달러 자금이 빠졌다.
비트코인 급락세는 ‘유동성 축소 우려·지정학적 불안·미국 내 입법 지연’이 맞물려 촉발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먼저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후보로 지목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의 매파적(긴축선호) 성향이 시장 내 공포심을 자극했다. 워시 전 이사의 행적을 비춰보면 그가 금리 인상과 돈 풀기 축소를 주장하는 매파적 인물로 해석되면서다. 대표적으로 그가 연준 이사 시절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두 번째 양적 완화를 반대한 사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발언했지만 시장 내 경계심은 풀리지 않고 있다.
양적 긴축은 유동성을 축소하면서 비트코인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 통상 비트코인은 금리인하·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확대 시 위험자산으로 자금 유입에 따라 상승한다. 시장에선 그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는 있지만 ‘전폭적 인하’를 천명해온 다른 연준 의장 후보들에 비해 속도나 폭이 약할 거라 관측한다. 워시 전 이사가 금리를 내리더라도 돈은 거둘 거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정학적 불안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군사력으로 압박하면서 핵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회담 결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도 보였다. 정세 불안 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금값이 상승했지만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자금이 이탈했다.
시장을 이끈 입법 모멘텀도 지연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그간 중장기 호재로 인식된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화 법(클래리티법)‘은 난항을 겪고 있다.
비트코인 매수세의 한 축을 담당한 DAT(디지털자산 재무기업) 기업들의 매도 우려도 불안감을 키운다. 마이클 버리 스키온자산운용 대표는 “비트코인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상장사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평가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며 “해당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사실상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기업 재무구조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한다. 그는 “최악의 경우, 비트코인이 5만 달러까지 떨어지면 채굴 업체들의 줄도산은 물론 토큰화된 금속 선물 시장이 매수자가 전무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현재 비트코인은 지난 24시간 동안 10% 이상 하락했다”며 “일반적인 시장의 흔들림 그 이상인데, 특히 눈에 띄는 큰 사건(촉발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신뢰의 위기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동현·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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