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통’ 조 전 청장, 경찰개혁 추진
비상계엄 마주쳐 4개월만에 올스톱
광역정보체계는 다시 저인방식체계로
기순대·형기대 인력도 대폭 축소돼
순찰팀장 자격제 또한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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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제 24대 경찰청장이었던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파면됐다. 경찰대를 6기로 졸업해 경찰청 인사담당관, 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 해 지난 2024년 8월 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조 전 청장이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창경 이후 사상 최초로 탄핵된 경찰청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쓸쓸히 퇴장했다.
경찰 내부에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 조 전 청장은 부임 직후 ‘광역정보체계’,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창설’, ‘순찰팀장 자격제’ 등 다양한 경찰개혁안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의 청사진은 비상계엄이라는 암초를 만나 멈춰섰다. 그나마도 임기 중에 추진되던 정책들도 새 정부가 들어서자 하나 둘 원점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 청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광역정보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광역정보 체제는 윤희근 전 경찰청장 시절인 2024년 2월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지역 일선 경찰서에 분산돼 있던 경찰의 정보 기능을 시도청 중심으로 모아 관리하게 하고, 남는 인력을 현장으로 배치해 현장 치안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지역 정보경찰이 과도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불만 또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장은 윤 전 청장이었지만 당시 경찰청 차장이었던 조 전 청장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이 탄핵을 맞으며 광역정보 체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8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경찰서 정보조직 개편’ 계획을 내놓고 조 전 청장 임기 중에 진행도던 광역정보체계를 개편해 다시 전국 일선 경찰서에 정보과를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민생 현장에서 멀어진 일선 치안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경찰청은 전국 261개 경찰서에 정보과를 복원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정보활동으로 경찰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조직 내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161개 경찰서에 정보과를 설치하기로 개편 계획을 수정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현재 81개에 달하는 광역정보팀은 33개로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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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정보 체제 개편과 맞물려 중점적으로 추진된 ‘기동순찰대’ 또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초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 전국적으로 이상 동기 범죄가 창궐하자 강력범죄 사전 대응 및 순찰 강화를 위해 2024년 2월 기동순찰대가 부활했다. 앞서 기동순찰대는 2014년 강력범죄 대응을 위해 각 경찰서 10개대 규모로 출범된 바 있지만 강력범죄가 아닌 112 신고 출동 업무에 치중돼 지역경찰과 임무가 중복되는 등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2016년 폐지된 바 있다. 기동순찰대의 부활 또한 조 청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난해 8월 경찰은 기동순찰대의 규모를 축소했다. 당시 경찰청이 작성한 ‘시도청간 정원 조정 계획안’에 따르면 경찰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각 시도청 직속 기동순찰대 330개 팀에서 1명 씩 감축해 총 330명을 축소했다. 해당 인원은 보이스피싱이나 투자 리딩방 사기, 스토킹범죄 등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 인력으로 전환됐다.
지역 치안 현장의 최전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역경찰의 치안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도입된 ‘순찰팀장 자격제’ 또한 흐지부지됐다. 지난해 5월 찰청은 지역경찰을 대상으로 순찰팀장 자격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배포했다. 경찰청은 “지역경찰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에 판단·조치해야 하는 전문적인 업무분야지만 ‘전문지식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비하하는 시각이 있다”며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고 순찰팀장 전문성을 높여가기 위해 순찰팀장 자격 취득을 희망하는 지역경찰관들에게 지식 평가를 실시해 통과한 사람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순찰팀장 자격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경찰은 현장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문제만 달달 외워 푸는 방식의 평가는 현실적인 부분과 동떨어졌다”는 지역 경찰의 불만이 발생했다. 순찰팀장 자격제를 주도한 조 청장의 부재로 경찰 내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결국 최근에는 시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일선 경찰관은 “당초 분기별 1회 시험을 실시하기로 했었지만, 몇 차례 시험이 이뤄진 뒤로 현재는 현장의 반응을 의식했는 지 시험이 약식으로 진행되고나 아예 치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청은 “지속적으로 시험을 치고 있으며, 초반에는 기존 순찰팀장들이 시험에 응시해 응시 인원이 많았고 이후에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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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의 분위기는 엇갈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경찰 조직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전면 중단된데다 이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조 전 청장 시절 무리하게 추진된 각종 정책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며 조직이 안정화 돼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간부급 경찰관은 “현 정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찰 비대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자치경찰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지방으로 경찰력이 분산되면 광역 범위 내에서 순찰 업무나 범인 검거 업무를 수행할 조직이 필요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기동순찰대가 축소된다면 현장 혼란은 불보듯 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순찰팀장 자격제 또한 일선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자동화·전자화 돼가고 있는 시스템에 적응시키기 위해 도입됐는데 현장의 불만이 있다고 이를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조 전 청장식 경찰개혁은 무리한 측면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경찰 조직을 위한 것이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를 원점으로 돌린다면 인력·시간·예산 낭비가 될 게 뻔하다”꼬 덧붙였다.
반대로 한 현장 정보 경찰관은 “광역정보체계는 지역의 세밀한 변화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었다”며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집회나 사건·사고가 갑자기 커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대응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다시 저인망식 정보 체계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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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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