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코스피 5000, 자산 패러다임 대전환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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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눌린 거래·타이밍 재는 돈줄…서울 집값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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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 월드 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아파트 등 주택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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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동산 시장은 사고 싶어도 팔고 싶어도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에 갇혀 있다. 대출 규제와 실입주 의무가 겹치며 거래가 사실상 멈춰섰다. 당장은 이런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 변곡점이 찾아오는 동시에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아파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 꺾이지 않는 한 증시에서 번 돈이 다시 부동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10월 8520건에서 11월 3368건으로 한 달 사이 약 60% 급감했다. 가을 이후 나타난 거래 급락은 규제 강화와 시장 심리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위축 신호로 해석된다. 여름철 1만건대를 기록했던 거래량이 연말 3000건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이달엔 두 자릿수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거래가 멈춰선 상태라고 설명한다.
시장에서는 실수요 진입 차단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대출 규제와 가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급매물이 나와도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현금이 있더라도 접근이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며 "수요를 억제하면서 자금이 움직일 통로 자체가 막혀 있다"고 말했다.
매도자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임차인이 있는 주택은 거래가 사실상 어렵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입주 의무가 추가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 주택은 팔리지만 임차인이 있으면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가격을 낮추거나 이사비를 주는 사례도 있지만 다주택자들이 큰 부담을 지면서까지 처분에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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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주식시장 강세와 단기 수익률 상승으로 자금 이동이 주식으로 쏠리며 부동산 유입이 주춤한 측면도 있다. 한 전문가는 "주식 단기 수익률이 부동산보다 높아 자금 이동이 잠시 멈춘 상태"라면서 "부동산 규제 부담까지 겹치면서 매도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들어가는 흐름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다른 전문가는 "주거 안정 수요는 기본적인 욕구인 만큼 자금은 언제든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최근 MZ세대는 아파트와 주식, 가상자산 등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며 수익률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다시 주택시장 진입을 노리며 매물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식은 단기 변동성이 큰 반면 입지 좋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제한적"이라며 "차익 실현 자금이 결국 주택 매수 대기 수요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역시 "주식시장 상승으로 유동성이 풀리고 공급은 마르면서 실수요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과 불안한 심리가 들어맞는 상황"이라며 "차익을 실현한 주주들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면서 주택 가격을 밀어 올리는 키 맞추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부동산 시장은 규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거래가 억눌린 상태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영향이 시장 흐름을 좌우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동성과 수요 심리가 다시 가격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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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대박 끝엔 결국 '똘똘한 한 채'?..."역머니무브, 자연스러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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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4900선 하회로, 코스닥 지수가 1100선 아래로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초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2026.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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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가계자금을 증시로 분산하려는 정책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려도 없지 않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는 방향성엔 공감하지만, 인위적인 '머니무브(자금 이동)' 유도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리스크를 지우거나 또 다른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 유인에 앞서 선진적인 자본시장 시스템 구축과 투자처 다변화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칫 정부가 주식 투자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한 신호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부 강한 메시지 위험…'역머니무브' 역설도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내는 메시지를 보면 필요 이상으로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투자는 엄연히 개인의 결정인데 손실이 났을 때 정부가 책임질 수는 없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발 인공지능(AI) 회의론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우리 시장은 언제든 급락할 수 있는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며 단기적인 부양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주식이 항상 오를 거란 보장도 없는데 정부가 주식시장 드라이브를 너무 강하게 걸고 있다"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면 개인 투자자들은 가치투자가 아닌 한탕주의에 빠질 수 있다"며 "부동산 문제는 공급 확대, 세제 등 정공법으로 풀어야지, 주식시장으로 돈을 몰아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불린 자금이 결국 다시 '똘똘한 한 채'를 찾아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었다.
허준영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1~2년 안에 바뀌긴 어렵다"며 "주식으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기 위해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은 없어도 살지만 주택은 필수재라는 점에서 두 자산을 동일 선상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익을 실현한 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자산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부동산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오른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자금이 되돌아가는 '역머니무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 개미는 리스크 헷지 어려워… 직접투자보단 시스템 개선부터
전문가들은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를 부추기기보다 가계가 안정적으로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시스템과 대체 투자처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우석진 교수는 "가계는 금융기관처럼 위험을 관리할 능력과 지식이 부족하다"며 "무작정 주식시장으로 내모는 대신, ETF(상장지수펀드) 등 간접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은 은퇴를 앞둔 가구의 자산 구조가 부동산 80%, 금융자산 20% 정도로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며 "선진국처럼 5대 5 구조로 서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처의 다변화를 주문했다. 양 교수는 "서울 아파트값을 잡으려면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원자재, 벤처 투자 등 다양한 대체 투자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금융 개혁을 통해 은행 등에서도 단기 자금을 안전하게 굴릴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주식시장 자금이 기업의 생산적인 활동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상장 폐지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구조가 아닌,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는 시장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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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동산 공화국' 진짜였네…'정반대' 미국은 어디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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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그래픽=김지영·윤선정 디자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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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한민국 가계자산이 지나치게 부동산에 집중돼 왔다는 지적이 사실로 확인됐다. 반면 주요국 가운데 미국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이 낮은 대신 주식 등 투자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아 차이가 뚜렷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아 한국의 자산 분포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FKI)가 지난해 의뢰한 한 연구용역 결과 한국의 가계자산 중 65% 상당이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가계자산을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으로 나눴다. 비금융자산은 토지·건물·기계 등이며 이 때문에 시장에선 부동산 자산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실시한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과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비금융자산은 64.5%를 기록했다. 2020~2023년의 4년간은 해마다 65%를 넘었다. 같은 시기 미국의 비금융자산 비중은 29~33% 선이다. 영국은 51.6%(2024년), 2024년 자료가 없는 일본은 2023년 36.4%로 모두 한국보다 낮았다.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셈이다.
주요국 금융자산 중 금융투자상품 비중/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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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의 경우 △예금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상품 △보험·연금으로 나뉜다. 2024년 금융자산에서 금융투자상품이 차지한 비중은 미국이 56.1%인 반면 한국은 24.0%를 기록했다. 한국은 금융자산 중 현금·예금 비중이 46.3%로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이 수치에도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송 교수는 "한국은 금융자산에서 현금성 자산 편중이 두드러졌고 미국은 투자 중심의 자산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자산의 다변화가 점차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다만 금융자산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또 "금융투자 비중이 낮은 구조는 가계소득 증대, 자산형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금융투자상품 확대를 통한 소득·자산 증대 방안을 정책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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