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는 임대사업자 문제를 언급했다. 매입임대 사업자가 보유한 서울 아파트 4만여채를 매매 시장에 공급하려는 시도는 어떤 결과를 나을까. 매매시장 안정화에는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건설임대를 빼고 매입임대만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매매가 아닌 임대시장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토부의 장기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통해서 건설임대의 문제를 짚어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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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시장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에 이어 이번에는 매입임대 사업자를 겨냥했다. 모두 시중 매물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은 대부분 시중 아파트, 정확히 말하면 서울 아파트 시장 매물의 증가에 맞춰져 있다. 선분양 제도인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은 공급계획이 발표된 후 대체로 6~8년은 지나야 시중에 매물이 나온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매물 증가를 유도해 아파트 가격의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무척 환영할 일이다.[※참고: 8년 후에나 매물로 나올 '가짜 공급' 무의미: 부동산의 본질과 과세·더스쿠프·2025년 6월 24일]
이 대통령의 임대 사업자 관련 발언은 3일에 걸쳐 이어졌다. 8일에는 "임대용 주택을 건축했다면 몰라도,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9일에는 "같은 다주택인데 등록임대였다는 이유로, 영구적으로 특혜를 줄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고 언급했으며, 10일에는 "(매입임대 사업자 보유 물량인) 서울 시내 아파트 4만2500세대가 적은 물량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매입임대는 공공이나 민간에서 기존 주택을 매입해 이를 임대하는 사업 형태다. 그래서 한 명이 수백채씩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2024년 기준 전국 민간임대주택 134만호 중에서 매입임대 물량은 71만호인데, 이중 65만호가 개인 소유다.
실제로 매입임대 아파트 규모는 10만호이고, 이중 서울 아파트는 4만2500채로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구축舊築 매매시장의 물량으로 따져보면,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적은 물량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는 2024년에 5만5000채, 2025년에는 7만1000채 팔렸다. 서울 아파트 가격 하향 안정화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료 | 주택법 등][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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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입과 건설 임대의 함수=하지만 안정적인 물량 공급 측면에서도 매입과 건설 임대사업자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이 개인인 매입임대 사업자 보유 물량은 세금·대출 문제로 언제든 매매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이지만, 임대를 목적으로 지어진 건설임대 물량은 최장 20년간 매매시장에 나오지 않는 물량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2024년 8월 발표하면서 '대기업 집주인'이라는 별칭을 붙인 '신유형 민간 장기 임대주택'이라는 이름의 건설임대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건설임대와 매입임대의 가장 큰 차이는 건설임대가 임대를 목적으로 집을 지으면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되지만, 매입임대의 경우 구축 주택의 매입은 단순한 소유권의 이전일뿐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언뜻 건설임대가 매입임대보다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위주의 매입임대 사업자의 혜택을 건설임대보다 줄이려는 시도가 경제 전체적으로 옳은 일일지 의문을 던질 만하다. 건설임대는 영미권에서 BTR(Build to Rent)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대기업 집주인'이다. 증시에 상장된 리츠(REITs)를 포함해 주로 대자본과 보험회사, 해외자본이 돈을 대고 임대 전문 대기업이 이를 운영한다. BTR은 2010년대 이후 영미권 임대시장의 월세 상승을 주도한 주범이다.
미국의 건설임대 사업자인 인비테이션홈스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4년 3년간의 조사를 통해서 건설임대 사업자 인비테이션 홈스로부터 합의금 4800만 달러를 받아냈다.
인비테이션홈스는 임대 광고의 월세에서 각종 의무 수수료를 제외한 액수를 표기하고, 임대인이 거부할 수 없는 수수료를 대거 부과하고, 보증금 반환에 비협조적이었으며, 강제 퇴거를 금지한 팬데믹 기간에도 입주자들을 퇴거시킨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자료 | 미국 FTC 2024년 적발 사례][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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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도 지난해 1월 기업형 주택임대회사 6곳이 담합을 통해서 월세를 높게 책정한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가 고소한 '기업 집주인'은 그레이스타(Graystar), 블랙스톤 소속 리브코어(LivCor), 윌로브릿지(Willow Bridge), 캠던(Camden), 피너클(Pinnacle), 쿠시만 앤드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다. 이 6개 회사는 130만채 이상의 임대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 건설임대의 짙은 그림자=무엇보다 건설임대 사업자들에겐 짙은 자본의 그림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국토부가 2024년 9월 27일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을 추진하면서 처음으로 개최한 설명회에 초대한 한국리츠협회,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의 면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영국 등 BTR 사업자의 돈줄 역할을 한 자본과 동일하다.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커먼웰스는 건설임대 사업자가 2024년 런던에 새로 건설된 주택의 약 30%를 소유했고, 5개 주요 사업자 중 4개가 사업 자금을 미국 등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충당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에서 기업형 건설임대 사업을 준비하는 주요 사업자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등 사모펀드다.
건설임대에 비해서는 영세한 매입임대 사업자의 수를 줄이면, 보유한 주택에서 직접 사는 자가점유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그만큼 기업형 건설임대 사업자가 보유한 임대 매물이 급증한다.
하지만 자가점유율은 본질적으로 장기금리·세금과 연동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집값이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던 1984~2013년에도 미국인들은 대체로 주택 소유를 피하고 오히려 임대를 선택했다(아서 콕스 노던 아이오와 대학 교수 논문). 결국 매입임대를 줄이면 그만큼 민간 건설임대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 트럼프가 건넨 특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설임대 사업자 특혜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내놓은 주택시장 해법은 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시장에서 매입해 주담대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월가 금융자본의 구축 주택 매입을 금지해 시중 물량을 늘리는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월가 기관 투자자들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했지만, 건설임대 사업자의 매입은 허락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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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내용의 대통령 행정명령에는 예외 조항이 있다. 건설매입 사업자인 BTR 업체는 신규 주택을 건설해 보유하면서 임대할 수 있다. 브래드 케이스 홈스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로 "미국의 주택 자가 소유와 임차인 비율에 변화가 나타나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자가 소유 비율의 하락, 즉 임차인 비율의 상승을 전망했다.
기업형 건설매입 물량의 증가는 월세 증가와 같은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어느 나라도 기업형 건설임대 사업자의 월세 폭등 본능을 통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대용 주택을 건설해 GDP 증가에 도움이 되고, 시중 임대 매물을 증가시켜 준다는 이유만으로 건설임대를 부동산 혁신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조심스러운 이유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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