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15 (일)

    "'60세부터 주3일' 등 근무형태 다양화...청년고용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대갈등으로 불거진 정년연장②

    노동부, 고용 연구 착수…7월 입법 과정에 반영

    이미 '고숙련' 직원 선호…호봉제 가장 큰 걸림돌

    "시간제로 일하는 정규직 등 유연한 노동 필요"

    "정부 나서 속도 내야…세부 방식은 기업 선택권"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정년연장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며 가장 큰 쟁점이자 과제로 떠오른 것은 청년 일자리 감소다.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년 연장이 세대 갈등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기업의 신규 채용이 감소세를 이어가며 이미 청년층의 고용률은 20개월 이상 뒷걸음질치고 있고 이 여파에 일을 하지도, 구하지도 않는 ‘쉬었음’ 청년은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들의 노동 시장 진입 기회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정년연장을 ‘비용부담’으로 인식할 경우 청년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을 함께 살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제야 청년 정책 연구…기업 ‘유연성’ 확보 필수

    13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오는 6월까지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서 청년 일자리와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최근에는 정책연구과제 중 하나로 ‘세대상생 고용 지원방안’을 선정해 중고령층과 청년이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분석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오는 7월까지 도출해 하반기 정년연장 입법 과정에 재정, 금융, 세재 등 각종 지원방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대응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AI) 영향으로 연차가 높은 고숙련 근로자를 선호하고 있다. 기초업무부터 배워야 하는 어린 신입직원보다는 은퇴를 앞둔 노련한 직원을 더 일하게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을 택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정년연장 자체를 반대하기보단 정부의 체계적인 일자리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정년을 연장하려면 청년 채용을 늘릴 장치도 함께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위 산하 청년TF도 △청년상생연대기금 조성 △채용 인센티브 강화 및 진입 장벽 해소 △일자리 질 개선과 청년 고용시장 진입 지원 △저출생·인구 감소를 반영한 고용 지표 현실화 등을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공공기관에는 청년고용의무제 기한을 연장하고, 정년연장에 따른 채용 감소분을 보완할 별도의 정원 확보를, 일반 기업에는 청년채용목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문제는 민간 부문이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정책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의 고용을 유지하려면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필수라서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산업은 AI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데 노동시장은 그대로다”라며 “경제 환경은 불확실하고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는 탓에 기업에 숨통을 좀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정년연장특별위원장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2차 본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적극 인센티브 ‘당근’ 필요…사회적 대화 주도해야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임금체계 개편을 손꼽으며 ‘직무급제 도입’을 강조한다. 직무급제는 맡은 업무의 내용, 난이도, 책임 정도 등 직무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임금을 결정하는 체계다. 지금과 같은 ‘연공급제(호봉제)’에서 정년만 65세로 늘리면 고연봉 고령 근로자가 더 오래 자리를 지키고, 신규 채용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근무형태를 다양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규직 시간제’처럼 고령 근로자가 정규직 신분은 유지한 채 근무시간을 줄이고 임금도 이에 맞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60세 이후로는 주 3일 근무로 전환하는 식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을 앞둔 이들에게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시간도 주고, 기업은 일손 부족을 적절하게 메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을 전 산업군에 일괄 적용하고, 세부 방식은 기업에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별로 다르게 적용할 경우 대기업이나 노조가 있는 기업 위주로 정년 65세가 보장될 수 있어 결국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정년이라는 것도 제대로 지켜지는 직장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밖에 없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보통 이런 곳인데, 강제로 정년만 늘리고 연공급제는 유지한다면 좋은 일자리만 더 줄어드는 격”이라고 했다.

    현재 청년을 채용했을 때 제공하는 정부 지원을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받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방법도 있다. 정 교수는 “대기업은 청년을 채용했을 때 인센티브(보조금)를 받을 수 있는 근거 조항 자체가 없다”며 “그동안 대기업의 자체적인 역량이 높았던 탓인데 정년연장이 논의되는 지금은 추가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