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설 新 풍속도
설 앞두고 전통시장 ‘텅텅’
“작년 설보다 매출 반 토막”
물가상승·노후화 문제 겹쳐
총알배송 등 유인책 마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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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떡국도 안 먹나 봐요. 매출이 작년의 3분의 1밖에 안 되네요.”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낙원떡집’을 운영하는 이광순(83) 씨가 전날 팔리지 못한 떡이 쌓인 매대를 바라보며 한숨 쉬었다. 1980년대 낙원동 떡집골목에는 수십 개의 가게가 들어섰지만 지금은 낙원떡집을 포함해 단 두 곳만 명맥을 잇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 데다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재료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이 씨는 “3대째 가업을 이어왔지만 올해만큼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명절 분위기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제 ‘설 대목’이라는 단어도 사실상 사어(死語)가 됐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확장 속에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까지 겹쳐 손님들이 발길이 끊긴 탓이다.
14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현황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은 지난해 7월 기준 139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413개 대비 20곳가량 사라진 셈이다. 최근에는 공실률이 30%를 넘는 대형 전통시장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도매시장에서의 과실류 출하량도 대폭 감소하는 추세다. aT도매유통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날 사과의 출하 물량은 2만 4155㎏으로 전년 동기 92만 2969㎏ 대비 97% 줄었다. 배와 포도, 단감, 감귤 등 다른 과일들의 출하량도 지난해의 10분의 1에 그치는 상황이다.
상인들 역시 전통시장의 침체를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관악구의 신원시장에서 2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해 온 김 모(61) 씨는 “이맘때면 일주일 동안 고기 30~40㎏은 팔려야 하는데 10㎏도 채 못 나갔다”며 “상인들 사이에서는 ‘올해 폭망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광장시장 상인 정 모 씨는 “작년엔 명절 일주일 전부터 손님이 몰렸는데 올해는 매출이 반 토막”이라며 “물가가 올라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20년간 기름집을 운영해 온 50대 김 씨 또한 “당장 지난해 추석하고 비교해도 매출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줄었다”며 “작년까지는 들기름 등 선물 주문 전화가 많이 왔는데, 올해는 매출이 작년 대비 6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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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 사라지는 배경으로는 급격한 물가 상승과 낙후된 시설, 접근성 부족 등이 지목된다. 게다가 최근 다수의 전통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까지 불거지자 발길은 더욱 뜸해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존 세대들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반응을 보인다. 은퇴 후 노년을 보내고 있는 1958년생 강 모 씨는 “우리야 전통시장이 익숙하기 때문에 자주 찾지만 젊은 세대는 대형마트를 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다만 무작정 시장을 흉보기보다 깔끔하게 재정비한 곳이라도 방문해서 그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MZ 세대는 전통시장으로 갈 만한 유인이 없다는 입장이다. 2005년생 대학생 정 모 씨는 “가격이 대형마트에 비해 저렴하지 않은 데다 비위생적인 곳이 많아 자연스레 꺼리게 된다”며 “그나마 광장시장 등 유명한 전통시장들은 바가지 논란도 있어 인식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시장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시장은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자체 ‘총알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무인점포를 들여놓거나 온누리상품권 등 정부의 전통시장 유인책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두바이 쫀득 쿠키’ 등 유행하는 음식을 활용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 관악구 신원시장도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두쫀쿠’를 판매하는 가게 앞에는 10여 명의 손님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청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비스·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024년 3월 조광수 전북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발표한 ‘전통시장 평가 요소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선행 연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평가 요소는 ‘안전성’ ‘접근성’ ‘독특성’ 등이었다. 조 교수는 “전통시장의 가치와 매력을 높이려면 청년 세대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강화하는 한편 편리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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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나 기자 me@sedaily.com남소정 견습기자 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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