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금·은 랠리를 주도한 세력으로 중국 중년 여성 투자자들이 지목됐다. 세계금협회(WGC)는 지난해 중국 투자자들이 전년 대비 28% 급증한 약 432t의 골드바와 금화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골드바·금화 구매량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WSJ는 중국의 중장년층이 “부동산 침체와 증시 변동성, 낮은 은행 금리에 실망한 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금을 대거 매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값이 너무 올랐다고 판단한 일부 다마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으로 눈을 돌려 시세 차익을 노리는 등 투자 방식이 공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Z세대는 무게보다 개수를 늘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18세~24세 인구의 금 장신구 보유율은 62%에 달하는데, 이들의 주력 상품은 1g짜리 ‘금콩(Gold Beans)’이다. 유리병에 금콩을 모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위챗이나 알리페이 등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소액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급증했다.
이런 트렌드는 자산 증식보다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식의 저축 놀이 문화로 해석되지만, 금 시장 구조의 재편을 암시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황금협회(CGA)의 2025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금 장신구 소비는 31.61% 급감한 반면 골드바와 코인 등 실물 투자용 금 소비는 35.14% 증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투자용 금 소비가 장신구를 추월한 것이다. 세공비가 비싼 장신구 시장에서 전통적 소비가 무너진 자리에 자산 방어를 위해 실물 금 시장을 노리는 다마, 소액 저축 시장에 들어선 Z세대가 양대산맥을 이루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의 열풍 뒤에는 국가의 움직임도 있다. WCG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PBOC)은 2026년 1월까지 15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려 공식 보유량 2308t을 기록했다. 전체 외환보유자산의 9.6%를 차지한다.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민간의 금 보유를 장려하면서 국가 차원의 ‘황금 요새’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달 초 들어 조정 움직임을 보인 금 가격은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하락된 가격으로 매수에 나서며 온스당 5000달러, 그램당 1000위안이라는 주요 저항선 부근에서 지지선을 형성했다고 WCG는 설명했다.
중국 금 ETF는 이달에만 440억 위안(60억달러, 38t)을 추가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연초 상승세를 기록 중이며, 운용자산과 보유 자산 규모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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