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위법 판결후 美조치 전면 설명 요구
유럽의회내 합의승인 입법절차 보류 추진
인도는 이번주 예정된 협상단 방미 미뤄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미 행정부의 조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면서, 미국에 양측이 지난해 7월 체결한 무역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EU 집행위는 성명에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관한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미국이 취할 조치에 대해 전면적인 설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 대법원의 관세판결 이후 EU가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EU 집행위의 이날 성명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쏟아내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가 이를 다시 15%로 인상하겠다고 정정했다. 미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부과를 위한 전 조치인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에도 착수했다.
집행위는 지난해 양측이 합의한 무역협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집행위는 “합의는 합의”라며 “EU는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서 EU가 약속을 지키듯 미국도 (무역합의 당시) 공동 성명에 명시된 약속을 존중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지난해 7월 EU 회원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을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6000억달러(약 868조7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집행위는 이어 “특히 EU 제품은 이전에 명확하고 포괄적으로 합의된 상한선을 초과하는 관세 인상 없이, 가장 경쟁력 있는 대우를 계속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행위는 현재 상황에 대해 지난해 EU와 미국이 합의를 통해 공동 성명에 명시한 ‘공정하고, 균형 잡힌, 상호 이익이 되는’ 대서양 간 무역·투자 관계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내놨다. “관세는 사실상 세금으로, 최근 연구들이 확증하듯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며 “관세가 예측 불가능하게 적용되면 본질적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글로벌 시장 전반의 신뢰와 안정성을 훼손하며, 국제 공급망 전반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게 EU의 경고다.
EU는 판결 직후인 21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통화하며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집행위는 양측이 공동 성명에 명시된 대로 관세 인하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24일 EU와 미국 간 무역합의를 승인할 예정이던 유럽의회의 계획도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 무역위원회의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23일 열리는 유럽의회 회의에서 “적절한 법적 평가와 미국 측의 명확한 약속이 있을 때까지 입법 절차 보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교착 상태를 빚다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 물꼬가 트인 인도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협상을 연기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인도 정부가 이번 주 예정됐던 미국과의 무역 회담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당초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번 주 협상단을 미국에 보내기로 했으나, 대법원 판결 등 상황 변화의 의미를 검토하고 평가한 뒤에 방문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인도 상공부는 성명을 내고 판결의 의미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내놓은 후속 조치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인도는 1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인도산 상품 관세율을 50%에서 18%로 인하하고,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인도는 농산물 시장을 일부 개방하고, 미국산 상품 약 5000억달러(약 720조원)어치를 구매하는 내용도 협정에 담았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면서,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을 보류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남아시아는 우선 미국과의 기존 협정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필 대법원 판결 하루 전인 지난 19일 미국과 무엽협정에 최종 서명한 인도네시아는 21일 미국에 협상 내용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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