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5% 관세’ 연장 의회 승인 필수
기업 로비전선 의회로 급속이동 불보듯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이끄는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22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출연해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등과 이미 체결한 관세 협정에서 미국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면적인 15% 관세 부과가 최근 9개월간 약 20개국과 맺은 합의와는 “별개의 조치”라며, 기존 협정은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정치적 메시지보다 법적 지속 가능성에 쏠려 있다. 앞서 미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관세 상당 부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다른 법적 근거를 들어 신규 관세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영국과 EU는 “합의는 합의”라며 기존 협정의 효력을 훼손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서 전문가들이 짚는 핵심은 관세율이 아니라 법적 틀이다. 1974년 무역법 122조의 본질은 단기적·응급적 조치로, 대통령에게 일괄 관세를 허용하되 최대 150일로 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법이 경계하는 것은 관세율이 ‘15%냐 10%냐’가 아니라, 대통령이 이 권한을 반복 사용해 사실상 상시 관세처럼 운용하는 행위다.
이 때문에 150일이 지난 뒤 트럼프가 같은 세율로 다시 관세를 부과한다면, 세율을 낮추거나 바꿔 재적용하는 방식이어도 ‘연속 사용’이라는 점에서 법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상이 전 세계 수입품으로 같고, 목적이 무역 압박과 협상력 제고로 동일하며, 효과 역시 관세의 지속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같은 조치를 쪼개 쓴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율 차이는 정치적 명분은 될 수 있어도 법적 방패로 작동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갈림길은 다른 법 조항으로의 전환 여부다. 122조를 다시 쓰는 방식은 반복 사용 논란을 피하기 어렵지만, 불공정 무역 관행을 겨냥한 301조는 조사에 기반해 장기 적용이 가능하고,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232조는 철강·자동차처럼 상시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가장 확실한 해법은 의회의 승인이다.
전문가들은 관세의 유효기간이 끝나는 시점부터 의회의 역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헤니그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의 영국 무역정책 프로젝트 책임자는 “현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며 “각국 정부는 다음 단계와 실질적인 협상 목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974년 무역법상 신규 관세는 150일 이후 자동 종료된다. 이를 8월 23일 이후로 연장하려면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윌리엄 베인 영국 상공회의소(BCC) 무역정책 책임자는 “150일 뒤 14%로 다시 관세를 설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제 관세 정책의 관문이 의회로 이동했음을 시사했다. 베인은 또 “지금 달라진 점은 의회가 이전에는 없던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로비의 방향이 행정부에서 의회로 바뀌는 계기”라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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